증권사의 글로벌네트워크 구축 완료 시점이 3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우선 국내 주식투자자는 내년 3월이면 도요타자동차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주식을 내 손으로 안방에서 직접 매매할 수 있게 된다. 이후 4월에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기업도 매매가 가능하다. 특히 홍콩증시에 상장된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델컴퓨터 암젠 인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나스닥株를 거래할 수 있다.
▶동원증권= 세계 최초로 온라인망을 통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인바운드 영업을 지난 8월 이미 시작했다. 이후 일본 법인들의 ‘바이 코리아’가 이어지고 있다. 매매수수료가 전화선을 이용한 오프라인 영업보다 절반이상 싸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일본 개미투자자들의 주문도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국내 증시가 역버블 현상을 보이면서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는 블루칩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美시장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한 기업의 주식도 관심을 끈다. 원주와 DR의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 여기에다 엔달러 및 엔원 환율을 조합시킨 복합적인 스프레드 거래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 조짐이다.
내년 3월이면 국내 투자자가 일본주식을 매매(아웃바운드)할 수 있다. 4월에는 홍콩주식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일단 한국-일본-홍콩이 하나의 네트워크(ASExN : Asia Stock Exchange Network)로 이어지게 된다. 관건은 미국을 포섭하느냐다.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에 익숙하므로 ASExN이 시장성을 갖추기 위해선 미국시장 포함이 필수적이다. 동원 관계자는 “몇몇 미국 증권사로부터 입질이 들어왔다”며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포함되면 세계적인 주식매매망(GSExN : Global Stock Exchange Network)이 지구촌 최초로 탄생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일은 동원증권보다 다소 늦은 내년 7월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늦은 반면 구조는 가장 짜임새 있다. 한국-미국-일본-홍콩-대만-싱가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주요 증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대만의 중화개발공업은행(CDIB)과는 지분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의 골드만삭스와도 협력 강화에 이어 장기적으로 지분제휴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분을 통한 네트워크 관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KGI증권= 이 증권사의 고객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내년 중반기부터 외국기업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동원과 미래에셋은 웹트레이딩시스템(WTS) 기반이다. KGI증권 관계자는 “속도면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증권사가 각기 다른 시스템을 가진 회사와 제휴를 체결한데 반해 KGI증권은 동일한 회사(홍콩, 대만, 한국, 태국, 싱가폴內 KGI증권)끼리 시스템을 연결했다. 인트라넷을 생각하면 상상이 쉽다.
미국의 ECN업체인 인스티넷(Instinet)과도 제휴를 체결했다. 따라서 KGI고객은 24시간 미국기업의 주식을 국내에서 사고팔수 있다.
▶향후 과제= 가속화되고 있는 각국의 증권거래소간 통합이 가장 골칫거리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의 증권거래소가 통합된다면 국내 투자자는 글로벌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株를 현재의 시스템으로 사고 팔 수 있다.
전자사설거래소(ECN)의 통합 여부도 주목된다. 각국의 ECN이 연결된다면 증권거래소간 통합보다 더욱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다. 24시간 거래체계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원 미래에셋 KGI증권의 글로벌네트워크는 장기적으로 ECN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골드만삭스와 연계된 ECN설립을 추진하고 KGI증권이 인스티넷과 제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네트워크는 세계통합ECN의 전단계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ECN이 설립된 후에도 각국의 ECN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려면 앞으로 넉넉잡아 10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