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화재 정회우(47·사진) 상무의 좌우명이자 중2년생 아들의 이름이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굳세게 살아가자는 평소 신념을 이름으로 정한 것을 보면 외아들에 대한 사랑이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상무가 스스로 매긴 ‘역할‘ 성적표를 보면 ‘CIO - 80점(잘함), 남편 및 아버지-50점(노력 요함)’으로 별로 신통치 않다.
“원래 인사고과도 짜게 주는 편이라서...”라고 말하지만 이 성적표에서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 가정에는 소홀한 자기 반성을 읽을 수 있다.
남보다 먼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데 재미를 느끼며 일을 즐기다 보니 가족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변변한 취미생활이나 운동도 하지 못하지만 그만큼 정상무가 동부화재 IT발전에 기여한 바는 크다.
정상무는 중앙대 전자계산학과 4학년이던 77년 10월 한국자동차보험(동부화재 전신)에 입사한 이후 23년간 전산 기획, 개발, 운용 업무를 두루 담당하며 굵직한 프로젝트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81년 보험업계 최초의 온라인시스템 가동, 97년 신네트워크 구축, 98년 신기간계 시스템 구축, 99년 통합 콜센터 오픈, 올해 4월 모바일시스템과 신회계정보시스템 오픈에 이르기까지 정상무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프로젝트는 하나도 없다.
내부에서 발탁된 CIO라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는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IMF이후 개인주의로 물든 조직문화속에서 직원들을 ‘단합의 場’으로 이끌어내는게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10월에는 직원들을 MT에 참여시키기 위해 약 한달동안 스타크래프대회, 당구대회 등 이벤트를 벌였다. 덕분에 협력사 직원들도 참여한 연수원 MT에 정보시스템부 직원들이 한명도 빠지지 않았고 다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 수 있었다.
정상무는 모든 면에서 ‘조화’를 중요시 여긴다. 때문에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고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거나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직원들 개개인이 좋아하고 잘 하는 업무를 찾아주면 조직이 조화를 이루고 업무 전반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중간에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입사이후 23년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이유를 ‘하고 싶은 일을 회사가 적극 밀어줬기 때문’이라고 꼽는 만큼 직원들에게 성취 동기를 부여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정상무는 “줄곧 전산업무만을 맡았기 때문에 회사 경영 전체를 파악하는게 나의 숙제가 될 것”이라며 “변화가 빠른 e-비즈니스 시대에 맞게 회사가 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