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자구계획은 크게 외자유치 1조1000억원과 외자유치가 불발로 끝날 경우 정몽헌 회장 및 현대그룹 소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1조7000억원을 현대투신의 부실과 맞바꾼다는 것이다. 외자유치는 11월 말까지, 기타 자구계획은 올 연말까지 끝나도록 약정을 맺었다.
이같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현대는 현대투신의 자기자본 부족분 1조2000억원과 이와 관련된 연계 차입금 1조5038억원을 충당 또는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AIG에의 현대금융계열사 매각이 차질을 빚고 현대건설 부도 위기에 따른 그룹 자금난 심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자구계획 곳곳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현대투신은 이 때문에 외자유치가 불발로 끝날 경우를 대비해 다각도로 자구계획 이행방안을 점검 추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모든 계획은 AIG에서 10억달러가 그룹으로 유입될 경우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 10억달러가 들어와야 현대투신 자기자본 부족분 1조2000억원을 메꿀 수 있고 신탁계정에서 빌려 쓰고 있는 연계차입금 1조 5038억원도 자기자본 확충으로 보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 월가에서 AIG의 한국투자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현대 그룹위기가 불거지자 금융계열사의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현대투신 자구계획의 구도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를 대비해 계열사 주식 1조 7000억원어치를 담보로 맡겼지 않냐”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그룹측이 담보로 제공했던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현대오토넷 주식도 예탁원에 보호 예수했지만 이들 주식의 평가가격이 증시침체로 당초 기대했던 1조7000억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 1100만여주(1조1158억원)는 주당 10만원으로 평가됐지만 코스닥 등록후 6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환산금액은 669억원. 1조489억원이 부족한 형편이다. 현대택배와 현대오토넷 주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그룹 다른 관계자는 “이들 주식이 지난 5월 평가받았던 가격에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한편 현대측은 AIG에의 금융계열사 매각이 불발로 끝날 경우를 대비해 최근 정몽헌 전회장의 사재출연 주식과 현대그룹이 담보로 맡긴 주식의 처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현대투신 관계자는 “모든 계획은 AIG 매각건이 성사되면 풀리지만 최근 불발 가능성의 기류가 생김에 따라 담보주식 평가작업과 회계법인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며 “11월6일 이사회 결의가 있으면 금감위와 약정한 올 연말까지 자구계획이 성실히 이행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주식평가 작업이 예상 밖으로 길어지면서 연말까지 기한이 정해진 경영개선협약을 이행할 지는 불투명해졌다. 무엇보다 주식값이 떨어져 추가 자구계획이 불가피한 형국에서 섣불리 담보주식을 매각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현대 금융계열사의 자구계획이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비등해지고 있다. 추가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부도위기가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가져오면서 자금줄이 뚝 끊긴 상태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회장 일가의 경영일선 퇴진으로 힘의 공백 상태가 지속되며 그룹내 일사분란했던 과거의 추진력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점도 그룹 위기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