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스템 ‘넉다운(?)’
시스템 안정성을 두고 부산-서울 거래소간 오고 가는 이전투구가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공정한 평가에 초점을 맞춘 건전한 지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호 비방을 그치지 않고 있다.
주요 논점은 OM시스템이 사고가 잦다고 주장하는 증권거래소의 논리와 세계 22개 선물거래소가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안정성 또한 뛰어나다고 항변하는 선물거래소의 주장이다.
이같은 대립은 흡사 주가지수선물 거래를 위해 자체 개발한 증권거래소의 KSE시스템과 스웨덴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차용하고 있는 선물거래소의 OM시스템간 ‘토종 對 외래’의 싸움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수많은 비용을 들이고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는 KSE시스템이 지수선물 부산이관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고 증권거래소는 파악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시장에서 밤낮으로 선물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세계표준(OM시스템)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선물거래소측의 불가항력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시스템 ‘넉다운’ 가능성 크다? =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선물거래소의 매매프로그램(OM시스템)이 코스닥 지수선물에다 주가지수선물까지 소화해 낼 지 의문”이라며 “이 시스템은 얼마전 사고가 발생,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OM그룹이 운용하는 스웨덴과 코펜하겐의 매매시스템 ‘Saxess’가 지난 10월20일 장애를 일으켜 스톡홀름 거래소의 매매가 중단됐다”며 “이는 이틀전이었던 10월18일 코펜하겐과 스톡홀름 양 증시의 매매가 중단된 데 이어 두번째 사고”였다고 덧붙였다.
매매프로그램이 사고가 빈발하면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된다.
특히 특정 선물사의 주문 프로그램이 아닌 선물거래 전체의 자금회전과 체결여부를 성사시켜주는 거래소의 프로그램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한다면 선물업계의 장기전망은 어둡다고 할 수 있다.
▶’넉다운’ 주장은 악의에 찬 모함 = 선물거래소의 항변이다.
OM시스템은 세계 22개 주요 선물거래소에서 채택하고 있는 표준소프트웨어인데 증권거래소가 이를 악의에 찬 모함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자체의 오류로 전산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증권거래소가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증권거래소 시스템도 장애를 일으켰던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소프트웨어의 문제라기 보다 하드웨어와 주전산기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선물거래소의 OM시스템은 매매를 성사시켜주는 소프트웨어이므로 사고발생 가능성이 프로그램의 논리 오작동이 없는 한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프로그램 오류는 한차례도 발생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증권거래소가 주장하는 스톡홀름 거래소의 지난번 사고가 OM시스템과 별개였다고 밝혔다. 합병후 OM그룹이 스톡홀름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매매프로그램을 OM시스템으로 교체하지 않았다고 선물거래소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스톡홀름 거래소는 과거 OM그룹과 합병하기 전 시스템을 주전산기기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이 사고는 스톡홀름 거래소와 회원사간 네트워크에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발생했지, 거래체결시스템과 주전산기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증권거래소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난 것이다.
▶주전산기의 처리용량은 = 소프트웨어인 OM시스템 논란과는 별도로 주전산기기의 처리용량에 대해서도 양측은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우선 선물거래소는 코스닥50선물 상장을 대비해 최근 시스템을 교체했다. “호가기준 30만건, 체결기준 6만건을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 용량을 1단계로 11월중 30% 확장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2001년초에는 2단계로 현재의 2배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선물거래소 관계자는 말했다.
이 말에 따르면 주가지수선물이 부산으로 이관된다 하더라도 코스피200 선물의 하루평균거래량(99년기준 6만9078계약)을 지금 수준에서도 3배가량 처리할 수 있다. 게다가 선물거래소의 시스템은 모듈방식이어서 소프트웨어의 수정없이도 곧바로 주가지수선물을 이관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 반면 증권거래소는 선물거래소의 주전산기기가 소규모 서버 6대이상으로 구성됐고, 증권거래소는 엔터프라이즈급 대형기종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용량의 문제를 서버의 크기로 대체해 전산시스템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