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과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조사한 결과 기업어음은 대다수가 투자적격 등급인 A3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회사채는 투기등급인 더블B가 주종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업어음(3개월 만기)은 단기 자금조달의, 회사채(1년이상 만기)는 장기 자금조달의 지표로 활용된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 국내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1년6개월치(99년3월~00년9월)의 신용등급 기한이 만료돼 10월부터 신규로 등급을 부여받은 결과 기업어음이 투자적격, 회사채는 대부분 투기등급으로 분석됐다. <표참조>
분석에 참여한 신용평가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늘어난 이익이 부실자산을 상쇄했고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데 도움을 줘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수탁수수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대체 수익원이 전무한 현실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자금조달의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장기전망의 불투명성에다 투자적격인 기업어음 발행도 단기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기업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을 신중히 검토하기도 했다. 그동안 애용했던 콜머니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마진 축소와 초단기로 상환해야 한다는 부담이, 또 회사채는 투기등급으로 발행이 거의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그러나 기업어음을 지나치게 발행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찬 눈총이 많아 증권사들의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증시침체까지 겹치며 증권사의 장기전망은 더욱 불투명해 지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의 다른 관계자는 “위탁 수수료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시황에 따라 수익이 급변한다”며 “500대 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는 전망에 비춰보면 증권업계 구조개편이 눈앞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비용구조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LG증권 관계자는 “수익이 온라인에서 80%, 오프라인에서는 20%가 나지만 비용은 오프라인 쪽에 80%가 투여되는 양상”이라며 “이같은 비용구조는 증권사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비전 설정에 어려움을 던져주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