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현대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AIG컨소시엄측이 현대 금융계열사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이는 도중에 이같은 사실을 포착, 정부에 해명과 보상을 요구한데서 비롯됐다. AIG는 정부에 6000억원의 부실이 현대투신에 이전됐음에도 정부가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포괄적인 보상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6000억원은 정부가 지난 98년에 증금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6.625%의 금리로 현대에 대출한 2조5000억원을 당시 시중금리이던 11.7%로 회전시키면 2003년까지 한남투신의 부실을 메꿀 수 있다고 현대측을 설득한 보상자금이다.
그러나 정부가 정작 2조5000억원을 현대투신에 대출해줄 때는 이미 시중금리가 8%로 떨어져 있어, 현대투신은 결과적으로 3.7%P 만큼의 운용손실을 입게 됐다. 6000억원중 절반 이상을 떼이게 된 것인데 정부도 이에 대한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증금채(비실명채권)와 연관된 지원은 관련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당시 발행했던 증금채가 비실명채권이기 때문에 금융실명제 아래서는 관련법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기간 연장이 어렵고 이율인하도 수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간을 연장해 이자소득을 더 많이 얻거나, 대출이자를 내려 현대투신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모두 무산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AIG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준의 또 다른 대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대 금융계열 3사에 대한 지원이 재벌에 대한 특혜로 비춰지기 쉬워 쉽사리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정부지원 全無 →외자유치 연기 →외자유치 무산 →’AIG 태풍’으로 인한 금융권 돌발악재 발생 등 악순환의 고리가 머리를 치켜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AIG측이나 현대로부터 어떤 요청도 받지 않았다”며 “증금채와 관련된 이자수익 미취득분은 2003년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현대가 운용을 잘하면 6000억원이 보상될 것”이라고 말해 구체적인 실마리가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