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종금의 부도는 예금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발행어음을 돌린 것이어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종금사가 주력 수신상품으로 삼고 있는 발행어음이 자칫 종금업계의 연쇄부도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일 종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한국수자원공사가 돌린 140억9000만원의 한국종금 어음은 발행어음에 예치했던 자금을 실물어음으로 교부 받아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자원공사는 한국종금에 예치한 발행어음을 지난 7월 연장하면서 통장 대신 실물어음을 수령해 이를 조흥은행에 돌린 것이다. 즉, 예금이 회사를 부도로 몰아넣은 것이다.
한국종금의 부도를 계기로 종금업계는 주력상품인 발행어음이 언제 회사를 부도로 망하게 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최근 종금사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면서 기업 거액 예금의 인출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실물어음으로 받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8월말 현재 8개 종금사의 발행어음 규모는 전체 수신의 77.6%인 7조6000억원으로 주력 수신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같은 문제는 부실종금사에 대한 금융정책이 무조건적인 퇴출이 아닌 예보자회사를 통한 영업지속으로 변경되면서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 발행어음을 부도처리하면 영업을 재개하기 전에 이를 먼저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종금사에 예금을 한 기업들이 예금인출이 어렵게 되자 기업체 담당자가 책임회피를 위해 이같이 발행어음을 돌려 부도처리할 수 있는 개연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종금업계는 단기성 수신상품이 종금사의 유동성문제를 촉발시켰다며, 장기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정부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종금업계 관계자는 “종금사의 수신이 줄어든다며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지만, 종금사의 입장에서는 단기자금을 유치한다는 것은 자산 운용의 측면에서 달갑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종금사를 지원할 계획이라면 종금채 등 장기자금의 유치 방안과 중개업무에 주력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 wscorpio@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