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시범서비스 기간 중에 나타난 업무부담 증가와 세납자 이용의 불편함을 들어 국세청에 제도개선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개선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자동납부제도는 국내의 인터넷 인구가 저연령층 및 일부 계층에 국한됐다는 점과 ARS 서비스는 이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별도의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결국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전국의 은행과 신용카드사를 통해 국세를 자동 납부할 수 있게 됐다. 은행과 신용카드사는 납세자로부터 세금납부 의뢰를 받아 계좌이체 또는 대출을 해 주는 등 세금납부를 직·간접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또한 세납자는 은행 등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인터넷과 전화, ATM 등을 통한 전자납부가 가능해진다. 국세청은 세금 자동납부제 도입으로 세금납부 채널 다양화와 세납자의 창구방문에 따른 업무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납세자와 은행 모두에게 편리하고 유용한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세금 전자납부는 국세청의 암묵적인 강압에 의해 준비된 불합리한 제도로 확대시행에 따라 고객과 은행이 겪게 될 불편과 문제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범 서비스 결과 업무가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며 “단순히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은행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ARS의 경우 납세자가 자신의 납부내역을 일일이 청취하고 선택해야 하는데 따르는 불편이 크다”며 “은행 직원들도 숫자를 잘못 입력해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일반인의 경우는 오죽하겠냐”며 고객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인터넷과 ATM를 이용한 자동납부도 쉽게 정착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가 아직은 저연령층과 중상위층 이상에 집중돼 있고 이용자 대부분이 전화선을 이용한 모뎀 사용자로써 월말에 사용이 폭주할 경우 잦은 오류발생과 접속마비로 고객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