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구조조정기금의 본래의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고수익이 보장되는 코스닥 등의 종목에만 집중 투자해,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은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4대 기업구조조정기금이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들은 우량 코스닥 종목이거나 자금난과 상관이 없는 30대 계열그룹과 우량대기업 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참조>
특히 서울부채조정기금과 무궁화구조조정기금의 중소기업 투자비율은 전체의 25.6%와 32.3%에 불과했다. 이들이 주로 투자한 회사는 한국정보통신 풀무원 텔슨전자(이상 서울부채조정기금)와 카스 종근당 닉소텔레콤 스탠더드텔레콤 이수세라믹 극광전기(이상 무궁화구조조정기금) 등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우량회사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때문에 수익률을 무시할 수 없다”며 “99년 초와 비교해 지금은 연쇄부도의 고리가 많이 끊어진 상태이므로 특별히 자금부족을 겪는 기업에 투자할 메리트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마련’이라는 당초 취지는 상당히 퇴색된 것으로 보인다. 또 기금의 존재이유도 모호해지고 있다. 자금부족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을 쫓는 투자행태는 창투사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투자대상 기업이 국내 기관이 운용하는 펀드와 별 차이가 없어 구조조정을 위한 기금이 더 이상 아니다”며 “수익을 쫓는 기업이 어떻게 정책적 목적의 구조조정 기금이냐”고 반문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