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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CRM 어디까지 왔나…

김미선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07-03 09:39

아직 개념조차 불분명…대부분 DB마케팅 수준

은행들이 타겟마케팅 등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CRM(고객관계관리)이 은행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초부터 IT업체들이 ‘eCRM’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CRM열풍은 더욱 거세졌지만 은행권에서는 아직 CRM에 대해 명확한 개념조차 잡지 못한 채 이미 구축해 놓은 DB마케팅 시스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수익 확대를 위해서 CRM이 필요하다는데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은행권 합병이 마무리되고 고객 데이터가 제대로 취합된 후에나 본격적으로 CRM 도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RM은 단순한 IT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디지털 마인드를 갖고 고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창구를 비롯한 은행 조직 개편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객에 대한 마케팅 과정까지 프로그램화한 프론트 오피스형 eCRM을 도입하자면 우선 DW, DB마케팅시스템 같은 백오피스형 CRM을 갖춰야 한다. 현재 전행적 eCRM을 도입한 곳은 하나도 없으며 그나마 DB마케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은 신한, 외환, 조흥은행 정도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독자적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부분적으로 eCRM을 도입했다. 이외 다른 은행들은 DB통합 작업조차 제대로 된 경우가 거의 없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98년말 SRMS(Shinhan Relationship Management)를 구축했다. 거의 동시에 외환은행이 DB마케팅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조흥은행은 올해 초 전행 DW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DB마케팅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은행의 SRMS는 초기 CRM 형태로 국내에서 맨처음 구축돼 타은행 CRM의 모델이 되기는 했으나 이를 활용한 수익 창출은 별로 신통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은 DB마케팅시스템 구축후 콜센터를 통해 비교적 활발한 아웃바운드 영업 활동을 펼쳤지만 창구 조직의 준비 부족으로 역시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흥은행은 DW구축후 주택청약예금 상품 판매시 이를 시범적으로 적용했으며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테스트 결과를 분석중이다.

은행들은 부분적으로 CRM을 보강할 계획은 있지만 전산과 조직을 모두 재편하는 전행적 차원의 eCRM도입은 합병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은행들이 합치게 되면 늘어난 고객 데이터를 다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인터넷뱅킹 고객에 대한 CRM을 위해 T/F팀을 구성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역시 인터넷뱅킹 고객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고려하고 있으며 시티은행은 9월부터 DB마케팅을 실시하기 위해 DB통합 작업을 진행중이다.

CRM과 관련한 은행권의 가장 큰 고민은 아직 그에 대한 명확한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나와있는 CRM 개념은 대부분 IT업체들이 자사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실제 은행권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 은행의 고객 데이터는 이름과 성별외에는 대부분 믿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먼저 충실한 자료로 DW를 구축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CRM개념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kftime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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