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비율 65%’ 패션기업 LF, 이사회엔 남자만 [기업지배구조 보고서]](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62222165602064dd55077bc25812315232.jpg&nmt=18)
그러나 LF 전체 매출의 약 70%는 여전히 패션에서 나온다. 여성이 주요 고객층을 이루는 패션사업에서 LF가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을 두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2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LF의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준수율은 66.7%다. LF는 핵심지표 15개 항목에서 10개를 지켰다. 핵심지표 1개를 더 충족함으로써 전년 60%보다 준수율이 소폭 개선됐다.
LF가 지난해 미준수한 핵심지표는 ▲위험관리 등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이 아님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다. LF는 주주 관련 핵심지표에서 5개 항목을 모두 지켰고, 이사회 핵심지표에선 항목 6개 중 4개를 미준수했다. 감사기구 관련 핵심지표 4개 항목에서는 1개를 지키지 못했다.
앞서 LF는 지난해 주주 관련 핵심지표 항목에서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의 정관을 변경, 배당 확정 후 배당기준일을 설정하도록 보완했다.
LF는 2024년 결산 배당 관련해 지난 2월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배당기준일을 3월 31일로 확정했다. 이후 지난 3월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당 배당액을 700원으로 결정지었다.
이처럼 LF는 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주주 관련 핵심지표 항목을 완벽하게 채워갔다. 다만, 이사회 관련 항목에서는 아직 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LF는 현재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사회는 구본걸 LF 회장을 비롯해 4명의 사내이사와 3명의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 의장은 구 회장이 맡았다. LF는 오규식 대표이사와 김상균 대표이사가 공동대표를 맡아 경영하고 있다. 이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돼 있으나, 그룹 오너가 이사회를 이끄는 구조다.
무엇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LF 이사회 임원 7명 중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LF 측은 “성별이나 학력, 나이 등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LF는 산업·무역 분야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식경제부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한 김재홍 사외이사를, 재무·회계 분야에서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이억원 사외이사를, 경영·마케팅 분야에서 한국마케팅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했던 박정근 사외이사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맞았다.
LF 측은 “최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만큼 다양한 현안에서 이사회가 효과적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이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이억원 사외이사는 내년 3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LF는 지난해 별도 기준 자산총액이 1조9787억 원으로, 2조에 근접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가 넘으면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꾸릴 수 없다. 이에 LF가 내년에는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F 관계자는 “계획돼 있지는 않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LF 임직원 현황을 보면 올해 3월 기준 여성 직원 수가 남성을 훨씬 웃돈다. 기간제 근로자 포함 여성 임직원은 614명으로, 전체(950명)의 약 64.6%를 차지한다. 반면 미등기 임원 현황에서는 14명 중 여성이 4명에 그쳤다. 여성 임원 4명은 액세서리, 닥스·마에스트로, 앳코너·질스튜어트, 아떼 등 모두 패션사업에서 나왔다. 재무관리나 전략기획, 영업 등의 분야는 모두 남성 임원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여성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7200만 원으로, 남성 연봉(9600만 원)의 75%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3년간 LF 여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자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2022년 49명이던 여직원 육아휴직자는 2023년 48명, 2024년 43명으로 감소했다. 이에 여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2년 80%에서 2024년 70%로 내려갔다.
LF는 지난 2007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당시 구본걸 LF 회장이 LG상사 패션사업 부문을 들고 나왔다. 구 회장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고 구자승 LG상사 사장의 장남이다. 그는 LF의 사업영역을 패션에서 부동산금융, 식품, 뷰티, 이커머스 등으로 넓혀 왔다.
LF는 지난해 매출이 연결 기준 1조9563억 원으로, 이 중 패션사업으로만 1조4521억 원을 벌었다. 전체 매출의 74.2%가 패션에서 나오는 셈이다. LF는 헤지스, 닥스, 질스튜어트, 리복 등 국내외 30여 개 브랜드를 통해 패션사업을 영위한다.
최근엔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적이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LF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4466억 원에서 3.6% 빠진 4303억 원에 멈췄다. 이 가운데 패션사업 매출은 3298억 원으로, 4.6% 감소했다. 패션사업에 매출이 좌우되는 LF이지만, 이사회나 미등기 임원 현황에서 여성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구조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LF 측은 “이사회 다양성을 위해 여성 이사의 선임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 리스크는 감사위원회가 주무기관이 돼 관리하고 통제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위원회 전원은 사외이사로 구성됐고, 이들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채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