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부문의 공동투자에 관해서는 아직 원론적인 수준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양해각서 교환을 통해 실무반을 구성해 작업에 들어가면 구체적인 윤곽이 그려질 것으로 보여진다. 공동투자는 이미 알려진 대로 차세대시스템 공동개발과 인터넷비즈니스 자회사 설립 등의 분야에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세대시스템과 인터넷 비즈니스를 공동 개발한다는 것은 결국 은행합병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은행을 필두로 은행권에서 구축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은 기존 은행의 전산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방대한 작업이다.
차세대시스템 속에는 개별 은행의 마케팅 전략과 함께 내부 비즈니스 프로세스 등 경쟁력을 좌우하는 모든 노하우와 전략적 강조점이 녹아있다. 따라서 합병이 전제되지 않은 차세대시스템 공동개발은 가능은 하지만 어렵고 비효율적이다. 영업관행과 전략, 조직 프로세스 모두를 공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서 합의에 이르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다. 은행장의 결단에 기초한 단순 제휴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한국IBM과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마치고 해당 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서 분석작업을 진행해 왔었다. 한미은행도 유럽계 컨설팅 업체인 캡제미나이로부터 정보전략컨설팅을 받았다. 차세대시스템의 공동개발에 들어갈 경우 두 은행은 기존 컨설팅 결과를 무시하고 새롭게 ISP를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인터넷 비즈니스도 차세대시스템과 함께 향후 은행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평가받고 있는 부문이다. 변화가 빠르고 모방이 쉬운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성상 각 은행의 인터넷 전략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인터넷뱅킹을 위한 전문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역시 차세대시스템 공동개발과 같은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이외에도 지점 공동이용을 위해 입출금을 자유롭게 하거나 자동화기기의 공동이용에 대한 공동투자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공동 백업시스템 마련 등은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영역이다. 지점 입출금의 경우에도 통장레이아웃 등 상당부분 새로운 표준마련을 통한 기존 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방은행처럼 특정 상품에 대한 공동개발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산분야가 은행의 핵심 경쟁력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후선 부서로서의 한계도 명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현업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공동투자에는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IT분야에서도 핵심영역에 해당하는 차세대시스템과 인터넷 인프라의 경우 합병을 전제하지 않고는 공유가 힘들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전산분야에 대한 공동투자 결정도 최고 경영자 차원에서 논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산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최고 경영자의 단순 접근이었다면 추진과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정말로 합병을 위한 수순이라면 은행 전산통합의 새로운 모델로 향후 은행합병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1차 구조조정 당시 단기간의 물리적인 전산통합의 경험만 가지고 있는 국내 은행권에서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김춘동 기자 bo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