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장관 금감위원장은 물론 관변 연구 단체들까지 나서 은행간 합병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전산 및 IT부문의 중복투자 문제를 연일 제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 IT부서장들을 소집해 공동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회측은 TF팀을 구성해 차세대시스템의 공동개발 방식을 협의하고, 단위업무 시스템을 상품화해 전체 투자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감독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제스처는 취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내심 시큰둥한 반응이다. 국가적 차원의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합병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투자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은행 합병시 주도권을 잡기위해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공동투자가 다양한 전략을 가진 개별 은행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창의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경우 공동투자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 한국통신의 ‘뱅크21C’를 비롯해 지방은행들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인터넷뱅킹 시스템 구축 등이 지지부진했던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복투자 논란과 함께 구조조정을 위한 평가 잣대로 은행의 반기결산 결과을 참조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투자 규모를 줄이는 은행도 생겨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초부터 진행해 온 종합위험관리시스템 프로젝트를 유보하고 있으며, 전 점포에 설치할 계획이었던 ‘사이버 라운지’ 규모도 대폭 축소했다.
주택은행등 인터넷 관련 전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던 은행들이 대부분 포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빛은행등 차세대시스템을 추진하던 은행들도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효율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개별 은행들의 전산투자는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구체적인 합병에 대한 밑그림 없이 과잉투자 문제만 부각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춘동 기자 bo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