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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증시…투신만의 문제인가

이양우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05-01 15:00

[기자수첩]

증시가 연초 지수 960포인트에서 700선마저 무너져 수개월만에 200포인트나 추락했다. 장미빛 전망속에 한국경제의 새희망으로 여겨졌던 벤처기업이 많은 코스닥은 반토막이 났다. 증시주변은 온통 어두운 그림자뿐이다.

증시추락은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거 같으면 엄청난 호재였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실무접촉마져도 빛을 바래게 하고 있을 정도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증시폭락이 증시참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이제 막 IMF악몽에서 벗어나려는 경제 회생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과 얼마전까지도 펀드멘탈이 나쁘지 않느니...하면서 낙관론을 개진했고, 보수적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조차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했던 한국증시의 기조가 이처럼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1차적으로는 대우사태로 야기된 투신문제가 지적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가 그렇고 일리가 있다. 대우사태이후 정부는 대우채 환매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간과했다. 아니 총선을 앞둔 정치논리에 파묻였다고 보는 게 옳다.

구조조정을 서둘러야함에도,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사태가 야기될지를 짐작했음에도 국가부채규모를 둘러싼 정쟁등 총선부담때문에 제때에 메스를 대지 못했었다. 정치권 눈치보기가 결국 도끼자루를 썩게 만든 셈이다. 현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시장논리를 소리 높이 외쳤다.

그런데 이곳 저곳에서 발견되는 관치의 요소는 과거 어느정권의 그것을 무색케하고 있다.

정부의 적절한 정책개입이 있어야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없었던 것 자체는 또 다른 형태의 관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시각을 달리할 경우 증시추락의 본질적 이유는 다른데서 찾을 수도 있다. 물론 투신권에 대한 고객의 불신, 미국증시 영향, 수급불균형등 우리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은 한 두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논리에 민감한 한국증시의 취약점까지를 감안할 때 더 큰 문제는 정권과 기업, 특히 정권과 특정재벌간 ‘힘겨루기’로 비쳐지고 있는 작금의 정치경제 상황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앞서 지적한 요소들이 주가하락의 불을 지폈다면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비유되는 양측간의 갈등은 기름을 부은 꼴이다. 정부와 기업간 불협화음이 생기면 증시 참여자들은 언제나 시장을 떠난 과거의 숱한 전례가 그 증거이다.

정부와 재벌의 갈등은 외견상 지배구조문제로 압축되는 ‘미완의 재벌개혁’에 대한 시각차. 물론 재벌개혁은 해야한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한국경제의 살길이고, 이를 의심하는 국민은 재벌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방법이다.

경제는 ‘시장의 미묘한 논리’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물며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에 임해서는 이는 더욱 절실한 현실적 과제이다. 그런데 재벌개혁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은 어떤가.

정부의 참 의도가 아무리 순수하더라도 시중에는 선거패배후 재벌이 목소리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도권을 잡으려고 국세청, 공정위를 동원해 기선잡기식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운용의 묘’가 절실한 시점이다. 단기적으로 한국경제 회생이 증시부활여부에 달려있음을 인정할 때 정부의 정책은 신속하되 보다 유연해져야한다. 두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때다.



이양우 기자 sun@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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