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다 3년여에 걸친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하면서 고객이탈 조직동요 대외 신인도 실추등이 심화돼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간 서울은행이 회복불능의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이제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하는 형편이다. 금감위 재경부 예보등 금융당국이 고심하고 있는 서울은행 처리방향과 이에 따른 문제점, 새 CEO 선임 문제 등을 정리해봤다. <편집자>
◆국내은행과의 합병 또는 P&A -
이용근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금융연구원 초청 조찬강연을 마치고 난 후 몇몇 기자들과 만나 짜증섞인 어투로 “CEO를 구하지 못하면 문을 닫거나 합병시키는 방안밖에 대안이 없지않느냐”고 말해 곤욕을 치르고, 나중에 금감위는 이를 공식 부인하고 나섰지만 정부입장에서 보면 현재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방안으로 보인다.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매입 7조5천억원을 제외한 순수 공적 자금투입만 5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적자금 회수가 어렵게 되는 서울은행의 정리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임에 틀림없다.
동화 동남 대동은행등의 경우처럼 서울은행을 다른 은행에 합병시켜 정리하는 방식은 언제든 선택할 수 있지만 이것은 모든 계획과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후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일 뿐이다.
◆해외 위탁경영 또는 경영기술지도 -
해외 위탁경영은 HSBC와의 매각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해 9월 모건스탠리를 주간사로 선정, 본격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JP 모건, 엔카캐피털, 올림푸스캐피털등이 서울은행에 1~2억달러를 출자하면서 경영을 전담하는 위탁경영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이들은 제일은행 수준의 조건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거절함으로써 물 건너가고 말았다.
최근에 다시 외국계 금융기관이나 펀드가 서울은행의 인수 또는 지분 참여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우리정부가 전향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한 해외 원매자가 나타나더라도 성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영기술지도는 지분 참여없이 수십명의 전문 경영자 그룹이 은행에 들어와 수수료를 받고 경영을 지도한다는 점에서 지분참여가 뒤따르는 위탁경영과 다르다.
해외 금융기관 앞 위탁경영이 좌절되면서 연초부터 도이치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협상을 벌였고 재경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체은행은 2~3년정도 경영기술 지도를 해 본 후 비전이 보이면 서울은행의 지분을 인수할 의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매각과 해외 위탁경영이 좌절되면서 해외 금융기관의 경영기술 지도를 통한 서울은행의 구조조정이 현시점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경영 기술지도가 제대로 되려면 CEO도 반드시 해외 금융기관에서 영입해 와야한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경영정상화 -
지분 참여가 없더라도 도이치은행등 해외 금융기관의 경영기술지도 역시 성사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실사를 통해 서울은행의 비전이 보인다는 판단이 서야한다. 실사결과 ‘싹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경영기술지도 역시 흐지부지 될 수 있다.
이 경우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정부 또는 예보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아래에 서울은행 뿐만 아니라 한빛 조흥 평화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을 거느리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총선이 끝나면 특별법을 만들어 금융지주회사 방식으로 은행권의 2차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 방식의 해결은 우선 특별법 제정 등이 쉬운 일이 아니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서울은행 문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야당의 반대로 특별법 제정이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서울은행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할 수도 있다.
◆CEO 선임은 어떻게 되나
- 서울은행 처리 방향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CEO 선임도 영향을 받는다. 도이치은행의 경영기술 지도로 결론난다면 우선은 과도기적으로 내부의 신억현전무를 행장으로 앉히고 실사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외국인 경영진이 투입되는 시점에서 외국인 은행장을 영입할 수도 있다.
경영기술지도를 받으면서 은행장은 내국인으로 할 수도 있지만 이는 경영기술지도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금융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서울은행이 재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해외금융기관의 자본참여이며, 이것이 어렵다면 은행장을 포함한 외국인 경영진을 영입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