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평균 2천억원을 넘어선 외국인 순매수대금이 주식 딜러들을 고무시키는 강력한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순수한 외국인 투자일때만 그렇다. 최근 주요 기관의 딜러들은 의혹의 근거로 ‘현대그룹’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주중 외국인들의 순매수대금 총액은 1조4백12억원. 이중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5일의 경우 외국인 순매수대금 1천9백41억원중 현대전자가 8백54억원, 현대자동차가 74억원을 차지했다. 또 지난 4일에도 순매수액 2천5백54억원중 현대전자가 4백55억원, 현대자동차 3백30억원을 차지했다.
시장전문가들이 현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것은 연말까지 엄청난 증자 물량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1~12월 상장기업 유상증자 대기물량 7조6천억원 가운데 현대계열사 물량은 약 4조9천억원에 달한다.
이중 현대전자가 단일기업으로는 증시사상 최대인 2조1천억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7천7백27억원, 기아자동차 7천4백40억원을 비롯 현대중공업, 현대강관, 현대상선, 현대정공, 현대종합상사가 모두 1천억~3천억원대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증자를 앞둔 현대측이 그룹차원의 주가관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으며, 그중 상당한 비중이 ‘외국인’의 이름으로 들어오는 것 아니겠느냐는 게 의심의 요체. 주요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현대측이 해외법인등을 직간접으로 활용해 주가를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지난주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검은머리 외국인이 절반’이라는 비아냥이 증시 언저리에 맴돌았다. 기관과 일반인이 모두 순매도로 돌아서고 외국인이 증시를 받치는 기현상이 일어났지만, 과연 ‘외국인이 지탱해주는 場’을 액면그대로 믿어야할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