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투자부문에 있어 국내 은행들의 10배가 넘었던 일본 은행들의 가장 큰 부실요인은 정계과 금융계가 결탁해 스캔들을 양산했던 ‘관치금융’에 기인했다는 게 움직일 수 없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외풍에 흔들리지 않은 경영자의 경영철학이 보장된다면 최소한의 리스크관리는 이뤄진다는 생각이 아직까지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과학적인 안전장치와 이를 이해하고 적극 적으로 경영전략에 흡수시킬 수 있는 IT마인드를 가진 경영진이 필수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빛은행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전산담당 CIO인 원명수본부장을 전격적으로 영입해 IT플랜과 경영전략을 적절하게 배분하면서 유니버설뱅크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래서 큰 의미를 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빛은행은 CIO에게 필요한 강력한 리더쉽을 부여한 상태. 최근 전산부서의 분위기도 합병초기때의 어수선했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빛은행은 이달중 전산통합이 완료되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비롯한 IT플랜을 보다 구체적이고 차별화되게 가져간다는 방침. 원명수본부장은 최근 차세대시스템 구축작업에 참여 RFI작업에도 참여, 여타 시중은행들보다는 ‘내용있는’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한빛은행 스스로가 새로운 유니버설뱅킹시스템의 탄생을 위해 이제까지 국내 은행권에서 진행해왔던 다른 접근방식을 택할것이라고 스스로 공언할 정도. IT마인드를 가진 전문경영진의 출현은 굵직굵직한 IT프로젝트에 있어서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결국 1천억원대가 넘는 막대한 IT투자에 대한 낭비를 줄이고 효과를 빠르게 보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문가집단의 출현이 앞당겨져야 된다는 목소리는 높다.
한편 올해 전산예산을 2백억원 남짓 책정한 某지방은행 관계자에게 ERP도입과 종합수익관리시스템, 리스크관리시스템, 인터넷뱅킹 시스템의 독자추진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물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 처럼 돈이 있어야지”라는 게 답의 전부. 계획은 세웠놓고 있지만 예산이 없다는 것. 또한 실무자선에서는 힘겹게 경쟁은행들의 IT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경영진에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금도 영업이 잘되고 있지 않느냐는 반응. 실제로 올 상반기에 이 은행은 1천억원이 넘는 많은 이익을 냈지만 이를 고스란히 IT부문에 투자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이 은행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아직도 거창한 IT플랜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지난해 은행 합병때 보다 더욱 몸을 사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실제로 IT투자에는 소극적이다. 물론 은행권의 영업환경이 아직 불안정하고 전산예산을 특별히 늘리지 않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는 경영진의 IT마인드 부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결국 국내 은행들이 도출해 낼 수 있는 답이란 향후 2~3년간 5백억원 미만의 ‘없는 살림’으로 IT투자 어떻게 투자우선순위를 정해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가로 집약돼 있다. 따라서 IT인프라못지 않게 휴먼인프라가 먼저 구축되야 한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박기록 기자 roc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