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공룡’의 탄생배경의 하나가 바로 IT투자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현재 IT투자여력을 사실상 상실한 국내 은행들에게 더욱 큰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결국 국내 은행들도 지금보다 IT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는 것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당연하고도 유일한 해결책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결코 쉽지않은 요구이다.
일본 은행들이 IT투자비용은 5천억원 규모<표참조>. 적게잡아도 국내 시중은행들의 10배가 넘는다. 물론 자산규모면에서 일본 은행들이 국내 은행들보다 휠씬 크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무리다. 그러나 자산규모가 아무리 크다하더라도 기본적인 IT인프라가 자산규모와 정비례하지는 않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그만큼 IT인프라 확충에 인색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위안을 삼아야 할 것은 실제로 일본은행들이 국내 은행들보다 월등하게 IT투자를 많이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IT서비스면에서 국내 은행들을 앞도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본은 질적으로 전산투자대비 IT의 질적수준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행들의 IT수준은 미국은행들에 비해 질적인 면에서 크게 떨어진다.
일본 열도라는 지리적인 위치상 지진, 태풍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백업센터구축등 하드웨어적인 투자가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리스크관리시스템이나 종합수익관리시스템, 각종 첨단 금융IT기법에 대한 투자는 크게 소홀했던 것.결국 일본도 국내 은행들처럼 앞으로 질적인 면에서의 IT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95년 타워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백위권의 대형은행들이 하드웨어에 투자한 비용은 전체 18%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 의사결정시스템등 효율성을 담보하는 부문에 28%, 각종 네트워크망이나 데이터프로세싱을 유지하는데 쏟아부운 비용이 44%에 이른다. 결국 일본이나 한국이나 투자의 포커스를 잘못잡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결론.
그러나 상황은 국내 은행들이 일본의 경우보다 휠씬 열악하다. 우선 기본적인 하드웨어가 부족하다. 실제로 완전한 의미의 백업센터를 가지고 있는 은행이 없다. 그나마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올해 각각 1천2백40억원, 1천3백여억원(추정)이상을 전산예산으로 집행할 계획. 경영실적이 좋은 은행이 앞서고 그렇지 못한 은행은 IT투자에서 절대적으로 뒤지고 있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이는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곧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제2구조조정에 있어서도 치명적인 약점이다.
박기록 기자 roc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