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계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EMC는 지난달 신한은행의 일산센터 이전에 따른 스토리지시스템 공급과 전산통합을 진행중인 한빛은행에 자사의 시메트릭스를 공급한데 이어 최근에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산업은행에도 30억원 규모의 스토리지부문 공급사로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과 한빛은행의 스토리지시스템의 공급과는 달리 이번 산업은행의 수주전에서도 EMC가 수주한 것에 대해 업계는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소한 산업은행의 스토리지시스템 수주전만은 효성인포메이션이 유력시돼왔었다. 여기에는 지난 6월말로 완전히 EMC와 결별한 HP가 산업은행 차세대프로젝트의 하드웨어 공급사로 확정됐기 때문. 더구나 HP는 EMC와 결별하면서 효성인포메이션과 스토리지시스템 공급과 공동판매까지 포함하는 전략적제휴까지 맺은 상태여서 효성의 수주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업은행 차세대프로젝트의 주간사로 선정된 삼성SDS로 인한 예기치 않았던 변수가 터져나왔다. 업계관계자들은 삼성SDS가 효성측에 공급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하자 효성측이 이를 거부했고 삼성SDS는 마지못해 한국EMC로 파트너를 바꾸게 됐다는 것으로 요약하고 있다. 결국 이번 EMC의 수주는 삼성SDS의 덕을 본 결과가 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당초 산업은행 차세대프로젝트 주간사 선정경쟁 당시 삼성SDS는 경쟁사들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 삼성SDS 스스로가 차세대프로젝트에 참여하는 IT업체들과 이러한 가격문제 때문에 적지않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견상 HP와 썬이 맞붙은 하드웨어 수주전도 거슬러 올라가면 입찰가격을 터무니없이 싸게 낸 삼성SDS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한국EMC가 산업은행에 공급을 확정하긴 했지만 그동안 ‘제값받기’정책을 자랑하던 EMC의 전략에 대해 의문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최소한 가격면에서는 효성이 EMC보다 경쟁력을 보여왔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EMC도 타업체들과 같이 저가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MC의 가격정책은 오래전에 붕괴됐었다는 소리가 적지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박기록 기자 roc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