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라는 파격적인 개념이 과연 금융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지금까지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돼 온데다 또한 어느 업체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권 ERP시장의 도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업체는 요즘 피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 ERP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혀 온 두 업체의 요즘분위기는 천당과 지옥으로 급변하고 있다. 아직 공식발표는 나지않았지만 SAP는 표정관리를 할 정도로 자축 분위기지만 오라클은 죽을맛이다.
특히 오라클은 지난주 터진 ‘돌발 악재’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주 일부 언론에 ‘미상공회의소가 주한미대사관을 통해 ERP도입을 검토중인 한국통신과 포스코에 오라클의 제품을 사용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라는 일부 언론보도를 해명하기에 바쁜 상황. 오라클로서는 진위여부를 떠나 가장 민감한 시기에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직면한 셈이다.
한국오라클은 부랴부랴 지난 22일 미상공회의소의 실무책임자인 세일러(Sailer)씨가 직접 작성한 해명서를 ‘원문’그대로 각언론사에 긴급배포하기 시작했다. 해명서에는 “美상의 의장인 데일리(Daily)씨가 포스코와 한국통신에 오라클의 ERP를 사용토록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또 한국시장에서 오라클의 제품이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배척받아왔다고 언급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주내용. 여기에는 또 미국정부는 자유경쟁시장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미국기업들도 이같은 특혜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점까지 부연하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로 거론된 인사가 직접 작성한 것인 믿을 만한 내용임은 분명한 것같지만 오라클로서는 어찌됐든 침통한 분위기.
반면 SAP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이미 수주전부터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의 ‘독식’을 자신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번 오라클의 해프닝이 부담스러울 정도라는 것.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이 이번주 중으로 업체선정을 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SAP가 선정된다면 이번 편지사건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의한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것 아니냐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할 것 같다.
박기록 기자 roc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