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답십리 우성빌딩 7층. 싸늘한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자본금 2억3천여만원, 舊조흥시스템 직원 29명이 주축이된 (주)투나인정보기술의 조촐한 개업식이 있었다. 흥겹기 보다는 오히려 숙연한 분위기. 투나인정보기술이 출범하기 까지 겪었던 온갖 역경때문인지 직원들 얼굴마다 만감이 교차했다.
투나인정보기술은 조흥은행의 전산시스템 자회사였던 조흥시스템이 前身.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의 조건부승인 방침에 따라 조흥은행이 조흥시스템등 4개 자회사에 대한 청산방침을 확정하면서 투나인정보기술의 오늘은 시작된다.
당시 조흥시스템 노조원 45명은 생존권보장등을 요구하며 본점앞에서 텐트농성에 돌입하는등 지난해 하반기내내 조흥은행측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나 당시 금융권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조흥은행으로서도 조흥시스템을 구제할 뽀쪽한 대안이 없었다. 지리한 실랑이가 6개월이 넘게 이어졌다. 그러던 중 자회사 회생방안을 강구하던 조흥은행은 마침내 조흥시스템을 별도 독립법인으로 새출발 할 수 있도록 分社안을 내놓았다. 조흥시스템측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얽혔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지기 시작했다.
분사 형태의 독립은 조흥은행이 신설법인에 한푼도 출자하지 않지만 자사의 전산운영 업무에 대해 일정 기간동안 외주용역을 허용해주고, 그 기간동안 자회사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방식. 물론 법적으로는 남남이기 때문에 아웃소싱에 따른 리스크도 없지 않아 양자간의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조흥은행은 조흥시스템에 3년동안 20여억원의 외주 용역을 주기로 결정했고 조흥시스템은 지난 9일 투나인정보기술로 간판을 바꿔달으므로써 조흥은행과 조흥시스템간의 법적인 관계는 완전히 청산됐다.
투나인정보기술의 창립멤버는 총 29명. 투나인정보기술의 社名도 바로 이들 29명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다. 자본금은 전직원이 갹출했기 때문에 모두가 주주다.
투나인정보기술의 초대 사장은 서인형씨. 얼마전까지만 해도 前조흥시스템의 노조위원장이었다. 사장으로 갑작스레 변신한 것이 못내 어색한 모습이긴 했지만 새살림을 시작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5년내에 이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킬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고 전직원이 다짐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처럼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음과양으로 지원해준 조흥은행과 동료들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한편 이날 이강륭 행장대행을 비롯한 조흥은행 경영진이 손수 보내온 축하 화분들이 투나인정보기술의 출범을 격려해 주었다. “시집보내는 심정이다. 어려웠던 기억은 모두 잊고 정말 경쟁력있는 정보통신업체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날 축하차 참석한 조흥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박기록 기자 roc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