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계에 따르면 프라이머리 딜러 선정을 위해 활성화 돼야할 채권시장이 금주들어 갑작스럽게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까지 1년만기 국고채의 거래량은 평균 3~4조원을 웃돌았으나 1일에는 2천3백억원만이 거래됐고 2일의 경우 오전까지 7백억원 안팎에 그쳤다.
이에 대해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지난주 농협이 일부금융기관들의 채권 공매도를 역이용하는 교묘한 방법으로 수익을 챙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당시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1년만기 국고채(4월14일 발행 8천억 규모)를 농협이 사모으기 시작했다. 거래가 활발했던 채권이었으므로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들은 약간의 차익을 목적으로 이 채권을 공매도 했다. 그러나 이미 농협이 이 채권을 대부분 매집한 상태로 시장에서 채권을 구할 수 없자 결제시간에 임박, 공매도를 한 금융기관들은 농협으로부터 이 채권을 턱없이 비싼값에 매입할 수 밖에 없었다.
공매도가 이뤄진 시점의 금리는 5.5% 안팎이었지만 이날 2시를 전후해 이 채권의 금리는 4%로 폭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상당수 은행을 포함, 일부 증권사들이 이날 거래에서 적지않은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농협과 5백억원의 채권거래를 한 금융기관은 반나절사이에 5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이에 대해 농협측은 실물도 없이 채권을 파는 공매도를 일삼는 금융기관들에 문제가 있다며 농협으로서는 정당한 수익을 올린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금융계 일각에서는 국내 채권시장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채권 공매도가 명백한 법규위반이 아닌 상황에서 채권대체결제 수단이 변변치 못해 일어난 헤프닝이라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RP 등 채권결제를 대체하는 수단이 다양할 경우 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스템 보안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력을 동원한 대형금융기관들의 채권 사재기로 자칫 채권시장에 신용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