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가 헐값매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한빛은행의 DR발행 재추진을 지시한 것은 DR발행이 최종 실패로 끝날 경우 우려되는 대외신인도 실추와 주요 은행들의 자본확충 차질등 을 감안한 고육책이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뢰 상실과 투명성 결여 비난, 향후 있을 국내은행들의 DR발행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감안하면 종합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련기사 2면>
2일 금감위 및 금융계에 따르면 한빛은행의 DR발행이 원칙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한빛은행과 금감위, 재경부는 주당 8천5백원선이면 10억달러의 목표치를 채울 수 있다고 판단, 지난달 29일 기존의 상장사 재무관리규정까지 고쳤으나 30일 최종 프라이싱 결과 소로스펀드등 해외 인베스터들이 6천5백원선이 돼야 참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 무기한 발행 보류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31일 상오 이헌재 금감위 위원장은 이수길 한빛은행 부행장을 만난 자리에서 DR발행 협상을 계속해 줄 것을 요구, 한빛은행은 이날 오후부터 재협상에 착수했다. 한빛은행은 타깃 프라이싱을 7천원 초반대에 맞추되, 여의치 않을 경우 6천5백원선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며 3~4일중 딜을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최종 프라이싱이 6천5백원으로 결정될 경우 이는 지난주말 종가 8천7백원 대비 25.3% 할인된 가격이다. 금감위와 재경부가 우여곡절끝에 두번씩이나 고친 상장사 재무관리규정에서 청약일전 제5거래일을 기준으로 1개월 평균, 1주일 평균, 기산일 종가중 하나를 금감원장의 승인을 얻어 발행가액으로 산정토록 했음을 감안하면 6천5백원이라는 가격은 이 규정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한빛은행의 10억달러 DR발행이 주당 6천5백원수준에서 종료될 경우 문제는 헐값매각 논란에 끝나지 않고 해외 투자가들과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의심받고 정책의 투명성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물론 앞으로 외환 조흥등 다른 은행들이 DR발행에 나설 경우 해외투자가들이 무조건 가격을 후려치려 할 게 뻔해 상당한 타격을 받게된다는 중론이다.은행 전문가들은 "한빛은행이 DR발행 실패를 솔직히 시인하고 이번에는 철수한 후 금년말이나 내년초 기회를 다시 엿보는 것이 한국경제 전체를 위해서는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