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은행 관계자들은 IMF 구제금융 직후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1차 은행산업 구조조정이 정부의 강제에 의한 것이었다면 앞으로 있을 2차 구조조정은 시장의 규율(Market Discipline)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데 상당수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이 잇달아 진출하고, 자본시장등 직접금융시장의 활성화로 은행 영업이 위축되고, 여기에다 예금보험기구에 의한 보상금액이 2천만원으로 축소돼 고객들이 우량은행으로 몰리게 되면 은행간 우열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자연스럽게 손을 드는 은행이 나타나면서 2차 은행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시장규율에 의해 2차 은행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시점은 2천1년쯤이 될 것으로 은행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2차 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조흥 한빛 외환등 3개 선발 시중은행들은 불안감도 없지않지만 IMF 사태이전의 리딩뱅크로서의 영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에 따라 일방적으로 기업금융을 취급하다 IMF가 터지면서 현재는 부실은행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지만 올해만 넘기면 부실에 대한 부담을 완전 떨쳐 버림으로써 다시 리딩뱅크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조흥 한빛 외환등 3개 시중은행은 현재 자본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3개 은행 모두 각 10억달러씩의 DR발행을 추진하고 있고 국내 증자, 해외 파트너와의 전략적 제휴도 모색하고 있다.
3개 시은 관계자들은 미래상환능력(LFC)에 따라 자산건전성을 분류하고 대우그룹등 잠재적으로 부실화될 수 있는 정상여신에 대해서까지 요주의로 분류, 충당금을 쌓더라도 추가로 2조원정도의 자본금만 확충되면 부실여신에 대한 부담은 완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는 당기순익 기준으로도 최소 5천억~1조원까지 시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신한 하나 한미은행은 물론 국민 주택은행조차 상대가 되지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조흥 한빛 외환은행은 여기에다 자신들만이 가계금융은 물론 기업금융 인베스먼트 뱅킹에 이르기 까지 고루 강점을 갖고 있고 맨파워나 기업문화 등까지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서 그래도 리딩뱅크가 될 수 있는 곳은 3개 은행밖에 없다는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은 사이즈는 크지만 기업금융에 취약하고 맨파워가 뒤져 리딩뱅크가 되는데는 한계가 있고, 신한 한미 하나은행은 맨파워나 생산성 등은 앞서지만 외형면에서 3대 시은을 따라 잡을 수 없고 틈새시장에서 먹고사는데 만족할 수 밖에 없지않느냐"고 지적했다.
조흥 외환 한빛은행은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2차 은행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재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주택 신한등 가계금융이나 중소기업 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은행들을 흡수하면 기업금융과 가계금융이 조화를 이루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리딩뱅크가 탄생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조흥 한빛 외환은행 관계자들은 자신들과 합병하지 않는 한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은행은 결코 리딩뱅크가 될 수 없으며 틈새시장이나 먹고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같은 3대 시중은행의 야망과 비전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일면 그 가능성과 현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선 DR발행이나 국내 증자로 2조원정도의 자본금을 확충한다 해서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국민 주택 신한은행은 조흥 외환 신한은행이 2조원정도의 자본금을 확충한 상태에서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금융전문가들은 따라서 외환 조흥 한빛은행이 2차구조조정을 통해 리딩뱅크로 도약하려면 해외의 전략적 제휴선을 찾든지 아니면 국내 은행과 합병을 해야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전략적 제휴선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골드만 삭스, ING, HSBC, 씨티등이 이미 국내에 들어왔거나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어 이제 마땅한 상대도 없다. 더욱이 조흥 외환 한빛은행이 완전 외국계 은행이 되는 데 대해서는 정부가 산업정책 측면에서 부정적이어서 외국계 은행과의 제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외환은행의 경우 DR발행을 앞두고 정부는 코메르츠가 지분을 확대할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제1대 주주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흥 한빛 외환은행 입장에서 해외 전략적 제휴가 어렵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합병밖에 없다.
3개 은행이 상호 합병할 수도 있고 국민 주택 신한은행등을 파트너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트너를 누구로 하든 조흥 한빛 외환은행이 합병의 주체는 자신이어야 하고 상대편을 흡수하겠다는 입장이라면 합병이 성사되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2단계 은행 구조조정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정부의 압박과 CEO의 결단이 없으면 합병은 이루어질 수 없고 따라서 조흥 한빛 외환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은행중 누구도 리딩뱅크로 도약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