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정부당국과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감위가 제일은행 매각과 관련한MOU 작성과정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으며 이로인해 우리정부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며 관련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문책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4일 정부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제일은행에 대한 MOU 작성 과정에서 금감위는 부실여부 평가기준을 금융감독원기준으로 하기로 합의한 서울은행의 경우와 달리 마크 투 마켓 밸류로 하기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금감위는 지난해 말 제일은행에 대한 매각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마크 투 마켓 밸류로 제일은행의 자산을 실사하기로 합의한 것이 걸림돌로 작용, 지난 1월 20일 뉴브리지측이 회계법인을 동원, 예비실사에 착수한 이래 40여일이 넘도록 아직 제일은행에 대한 실사기준을 도출하지 못한채 진통을 겪고 있다. 이로인해 당초 4월말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뉴브리지측은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인 부실은행(Distressed Bank)의 경우 유가증권은 물론 대출등 나머지 자산에 대해서까지 시가평가를 하는 것이 당연하며 특히 MOU상에 명시된 만큼 이제 와서 우리정부가 딴 소리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브리지측 주장대로 제일은행의 대출자산에 대해 시가평가를 하게되면 대출기간 변수를 넣어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하고 또 개별기업들의 담보가치가 충분하고 이자를 제때 내고 있더라도 부채비율등이 높아 미래 상환능력이 의심스러우면 자산가치를 장부가 이하로 평가절하해야 하는 상황이 야기된다. 결국 지난해말 3조8천3백23억원에 이르는 제일은행의 고정이하 무수익여신 외에 나머지 요주의나 정상여신중 상당부문이 제값을 못받고 배드뱅크로 이전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마크 투 마켓 밸류로 평가하기로 MOU에 서명하긴 했지만 연속성을 갖고 살아 움직이는 기업에 나간 대출자산, 더욱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대해서까지 시장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려우며 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라 대출자산을 평가하자는 입장이다.
한편 이같은 상황이 초래되자 금융계는 물론 정부당국 일각에서는 지난해말 금감위가 뉴브리지와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양해각서에 서명한 것이 지금와서 화근이 되고 있으며 이에따른 우리 정부의 추가 부담이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에 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지난해 금감위가 MOU에 서명하기 앞서 실무에 밝은 은행권 전문가들의 의견만 들어봤어도 이처럼 엄청난 부담이 돌아오는 마크 투 마켓 밸류로 한다는 식의 문구는 넣지않을 수 있었다며 금감위가 결정적 실수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에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금감위 등에서는 당시 우리나라가 투자부적격인 상황에서는 뉴브리지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으며 설령 뉴브리지측의 요구를 수용, 대출자산에 대해서까지 시가평가해 우리측의 부담이 커지더라도 나중에 제일은행에 대한 출자 부담이 줄고 그만큼 경영정상화가 빨리 이루어져 정부의 투자원금 회수가 빨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투자부적격 상태에서 체결한 제일은행 매각조건과 투자적격 상태에서 체결한 서울은행 매각조건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