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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사부터 K9까지' 기아 세단 역사…전동화 시대 부활 승부수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1-05 15:15

기아, SUV 중심 성장 속 국내 세단 판매 위축
SUV 이전 브랜드 경쟁력 뒷받침한 세단 입지 축소
K5·K8 후속 모델도 관심…하이브리드 강화 전망
전기차로 이어진 명맥, 세단 새로운 역할 모색

지난해 기아 창림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미래 비전을 밝히고 있는 송호성 기아 사장. / 사진=기아

지난해 기아 창림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미래 비전을 밝히고 있는 송호성 기아 사장. / 사진=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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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기아가 글로벌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세단의 존재감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과거 브리사와 콩코드, 크레도스부터 K 시리즈까지 이어지며 기아의 승용차 헤리티지 한 축을 맡았던 세단 라인업이 SUV 중심 시장 재편 속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기아는 세단을 포기하는 대신 유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기존 K 시리즈는 하이브리드와 상품성 개선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EV4 등 통해 전기차 시대에도 세단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브랜드 성장 토대였던 세단을 새로운 동력으로 재정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지 한 대에도 밀리는 세단 라인업

기아는 올해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10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276만9954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국내에서 48만7308대, 해외에서 227만6335대를 판매했다. 10월 한 달 판매량은 29만1219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3% 늘었다.

성장을 이끄는 차종은 SUV다. 기아 스포티지는 10월 국내에서 7708대가 판매돼 기아 전체 차종 중 1위에 올랐다. 전월보다 40.2% 증가한 것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90.1% 늘었다. 같은 기간 K5(2683대)와 비교해도 약 2.9배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반면 세단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올해 1~10월 국내에서 K5는 2만5628대, K8은 1만7317대, K9은 951대가 판매됐다. 세 차종을 합친 판매량은 4만3896대다. 같은 기간 스포티지 한 차종의 판매량인 5만3723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스포티지가 K5·K8·K9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9827대 더 많이 팔린 셈이다.

전기 세단 EV4의 판매량 1만766대를 더하면 세단 전체 판매량은 5만4662대로 늘어난다. 스포티지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기존 내연기관 세단만 놓고 보면 SUV 주력 차종 한 대보다 판매량이 적다.
자료=기아, 제작=생성형 AI

자료=기아, 제작=생성형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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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이전 기아 경쟁력은 세단

과거 기아 세단 라인업이 영광의 모습을 기억하면 아쉬움이 남는 최근 모습이다. 기아가 SUV 강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전까지 브랜드의 대중적인 승용차 경쟁력을 뒷받침한 것은 세단이었다.

기아 SUV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면 세단은 기아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아 세단의 역사는 1974년 출시된 브리사에서 출발한다. 브리사는 기아가 처음으로 선보인 승용차다. 당시 경제적인 소형차 수요에 대응해 개발됐으며 뛰어난 경제성을 앞세워 택시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소형 상용차에 집중하던 기아가 본격적으로 승용차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가 된 모델이다.

이후 1980년대 콩코드와 1990년대 크레도스 등을 거치며 중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옵티마와 로체는 기아가 중형 세단의 상품성과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도한 모델들이다. 이 과정은 기아가 단순한 대중차 제조사를 넘어 독자적인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2010년 등장한 K5는 기아 세단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당시 기아는 K5의 날렵한 디자인과 차별화된 외관을 앞세워 중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K5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옵티마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기아의 디자인 경쟁력을 알리는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K7이 역할을 맡았다. 이후 K8로 차명을 바꾸면서 상품성을 이어갔다. K9은 기아의 기술력과 고급차 개발 역량을 상징하는 플래그십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브리사에서 시작해 콩코드와 크레도스, 옵티마와 로체, K 시리즈로 이어진 기아의 세단 역사는 대중적인 승용차 시장에서 브랜드의 영역을 넓혀온 과정이기도 하다.
기아 대표 세단 라인업인 K8(왼쪽), K5. / 사진=기아

기아 대표 세단 라인업인 K8(왼쪽), K5. / 사진=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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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시대 새로운 생존법 모색

이처럼 세단 라인업은 기아 정체성과 경쟁력의 한 축이다. 기아도 전동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세단의 재정의와 상품성 개량으로 새로운 생존법을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K5다. K5는 2019년 3세대 모델 출시 이후 2023년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업계에서는 2027년을 목표로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한 세대에서 한 차례 부분변경을 거치는 완성차 업계 관행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이번 변화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K5는 현재 가솔린과 LPG,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차 페이스리프트를 계기로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의 상품성을 보강하고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확대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시장별로 차이를 보이는 만큼 하이브리드를 통해 내연기관과 전기차 사이의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8도 비슷한 방향으로 상품성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 등 후속 상품성 개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K8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모델에서도 해당 파워트레인의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아의 이런 움직임은 전체 사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면서 하이브리드가 중간 단계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SUV뿐 아니라 세단에서도 하이브리드 경쟁력을 유지·강화해야 할 이유가 커진 셈이다.

결국 K5와 K8의 상품성 개선은 세단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신규 모델 개발에만 의존하기보다 기존 차종의 경쟁력을 보강해 수요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SUV 중심으로 제품군이 재편되는 상황에서도 세단을 라인업에서 제외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기아가 지난해 공개한 '비전 메타투리스모'. / 사진=기아

기아가 지난해 공개한 '비전 메타투리스모'. / 사진=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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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4로 이어진 명맥…비전 메타투리스모가 제시한 미래

전기차 시대에도 기아가 세단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EV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V4는 기아 EV 시리즈 최초 세단이다. SUV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형성되는 가운데 세단 차체를 유지한 전기차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V4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가격대와 실용성을 앞세운 전기 세단이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역할이 주목된다. 기아는 2025년 EV 데이에서 EV4의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를 16만5000대로 제시했다. 지역별로는 유럽 8만대, 미국 5만대, 국내 2만5000대를 목표로 설정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판매 비중을 기대한 것이다.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EV4의 의미는 단순히 전기차 라인업에 세단 한 종을 추가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SUV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세단이라는 차체 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는 기아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기아가 지난해 창립 80주년 행사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도 세단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다. 비전 메타투리스모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결합해 이동의 개념을 단순한 주행에서 휴식과 소통으로 확장한 미래형 모빌리티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주행 경험과 운전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동차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정의했다.

당시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전동화 시대 세단의 역할과 정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비전 메타투리스모가 역동적인 모빌리티와 사람 중심의 공간을 반영한 기아의 미래 비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아가 전동화 시대에 세단의 경쟁력을 단순한 디자인이나 차체 형태에서 찾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기차의 공간 활용성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기존 세단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주행과 휴식, 이동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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