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기사 모아보기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 370억 원을 들여 대한항공을 보유한 지주사 한진칼 주식을 더 사들인다. 호반그룹의 최대주주 등극 가능성에 즉각 맞선 것이다.다만 조 회장 개인 지분만으로는 방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실제 버팀목은 대한항공과 손잡은 델타항공·일본항공(JAL) 등 '항공 우군'이다.
이 가운데 조 회장 개인 지분 절반 이상이 담보로 묶여 있고 산업은행 지분의 향방도 불투명해, 내년 3월 주총에서 이 동맹이 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호반 추격에 370억 블록딜…매도인 미공개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 총 370억5000만 원에 매입하는 내용의 거래계획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호반그룹 최대주주 등극 가능성이 제기된 당일이다.한진칼은 거래 목적에 대해 '책임 경영 강화'라고 밝혔다. 매입 재원은 전액 조 회장 개인 자금이다. 실제 거래는 오는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1일 사이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이뤄진다.
매입 단가는 2일 한진칼 종가 13만4800원보다 15.4% 낮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조 회장 개인 지분은 5.75%에서 6.23%로 높아진다. 다만 매도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모친 이명희닫기
이명희기사 모아보기 정석기업 고문이나 동생 조현민닫기
조현민기사 모아보기 한진 사장 등 특수관계인 물량이라면 조 회장 측 합산 지분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호반그룹은 지난 7월 한진칼 지분 20.15%를 단순투자 목적으로 신고했다. 당시 조 회장 측 지분 20.57%와의 격차는 0.42%p였다. 이후 장내에서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고,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호반 지분 매입은 실적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호반건설 연결 영업이익은 1361억 원으로 지난해 2716억 원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순이익은 4752억 원으로 78.9% 늘었다. 금융수익 가운데 공정가치 평가이익만 6152억 원으로,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의 장부가액은 1년 새 9008억 원에서 1조5544억 원으로 불어났다.
매수·내부 지분·우군 활용해 지분 방어
조 회장은 그동안 직접 매입과 그룹 내부 지분 동원, 대한항공 동맹의 세 갈래로 지분 방어선을 쌓아왔다. 조 회장은 지난 8월 모친 지분 1만743주를 약 12억 원에 매입했다. 지난해에는 자사주 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해 의결권을 되살렸다.지난 7월에는 정석인하학원·일우재단·정석물류학술재단 등 그룹 공익법인 3곳이 장내에서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다. 다만 공익법인 지분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매입 규모가 가장 컸던 정석인하학원은 대한항공 주식 259만3934주를 전량 팔아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했지만, 9월 말까지 처분한 대한항공 주식은 25만1653주에 그쳤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지분(3.05%)을 빼면 조 회장 측 실질 의결권은 17.52%로, 이사 선임 표결만 보면 호반(20.15%)보다 적다.
조 회장은 이미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2020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과 표 대결을 벌여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 주총 이후에도 3자 연합은 지분을 늘리며 공세를 이어갔다.
분쟁을 끝낸 건 산업은행이었다. 산은은 그해 12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58%를 확보했고, 조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되면서 3자 연합은 동력을 잃었다. 호반이 2022년 인수한 지분은 3자 연합의 한 축이던 KCGI 보유분이다.
산은과는 계약으로 묶여 있다. 조 회장이 지난달 19일 제출한 대량보유보고서에 따르면 산은(10.58%)은 조 회장 측 특별관계자로 올라 있다. 2020년 투자합의서에 따라 조 회장이 산은이 추천한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에 찬성할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진짜 버팀목 '항공 우군'
조 회장의 우군 상당수는 대한항공 사업 파트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보통주 26.13%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제휴한 항공사로서는 지주사 한진칼 지분이 통합 대한항공과의 관계를 다지는 통로가 된다.델타항공은 2018년 대한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출범시킨 뒤 이듬해 6월 한진칼 지분 4.3%를 취득했고, 현재 14.90%를 보유한 3대 주주다. 대한항공도 델타의 캐나다 웨스트젯 지분 인수에 동반 출자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JAL도 같은 노선을 밟았다. JAL은 지난 9월 3일 대한항공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한진칼 주식 취득 사실을 공개했다. 양사는 공동운항과 마일리지 제휴를 아시아나항공 운항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일본 노선은 통합 후 주 250편 수준에서 400편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인 만큼, 파트너 입장에서도 대한항공과 손잡을 이유가 커지는 것이다.
거래 관계로 묶인 국내 우군도 있다. 2022년 반도그룹이 블록딜로 내놓은 지분을 받은 대신·유진 사모펀드(합산 9.06%)에는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한진과 거래 관계에 있는 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했다. 델타항공과 LX판토스(3.83%), 이 펀드들을 더하면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49.6%대로 올라가고, 지분 5% 미만으로 추정되는 JAL까지 더하면 과반에 가까워진다는 분석이다.
실탄 한계 맞아…2027년 3월 주총 ‘관심’
다만 동맹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 조 회장 개인의 자금 여력이 크지 않다. 대량보유보고서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의결권 있는 보유 주식 386만6745주 가운데 207만5000주를 하나은행·농협은행·우리은행·하나증권에 담보로 제공했다. 2020년 보유분 385만6002주는 산은에도 담보로 잡혀 있어 산은 동의 없이는 처분할 수 없다.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한항공 등 계열사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로 한진칼 주식을 살 수 없고, 델타항공이나 JAL 같은 외국 항공사도 항공사업법과 항공협정 때문에 추가 매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최대 변수는 산은 지분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산은이 합병 기일 확정으로 투자 목적을 완수한 만큼 2027년 본격적으로 지분 회수를 준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산업은행의 지분을 호반그룹 측이 가져갈 수 있다면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증권가는 특정 주체에게 수의계약으로 넘기면 국책은행이 경영권 방어를 도왔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공개경쟁입찰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인수 의지가 가장 큰 곳으로는 호반이 언급되고 있다.
시험대는 내년 3월 주총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여러 명을 한꺼번에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한 제도로, 최대주주보다 지분이 적은 주주도 자기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다.
지난 9월 10일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이 제도를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게 됐고, 한진칼도 지난 3월 주총에서 집중투표 배제 조항을 삭제했다. 내년 3월 20일에는 배성례·홍동표·송백훈 독립이사 3명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12월에는 1일 한진칼 최대주주 재공시, 3일 조 회장의 블록딜 개시, 16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차례로 예정돼 있다. 이후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총에서 조 회장 항공 우군이 표 대결에서도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시간이 조 회장 편이라는 보장도 없다. 김수현 리서치센터장은 "호반은 시간이 갈수록 유리한 2대 주주로 평가받는다"며 "법인인 호반과 달리 한진칼 개인 오너 일가 지분은 상속 때마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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