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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좋은 와인은 나무에서 시작된다”…캘리포니아 컬트 와인 ‘실버오크’ 철학 들여다보니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20 18:14

실버오크, 배럴 제작소 인수해 직접 관리
던컨 대표 “10년 숙성해야 진정한 맛 나온다”

팀 던컨 실버오크 최고수익책임자(CRO) 겸 공동 대표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양현우 기자

팀 던컨 실버오크 최고수익책임자(CRO) 겸 공동 대표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양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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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실버 오크 까베르네 소비뇽은 10년 정도 숙성됐을 때 아로마와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표 프리미엄 컬트 와인 ‘실버 오크’의 팀 던컨 최고수익책임자(CRO) 겸 공동 대표가 20일 이같이 말했다.

던컨 대표는 이날 수입사 하이트진로가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실버 오크의 양조 철학과 와인 스타일을 소개했다. 실버 오크는 1972년 설립 이래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과 ‘미국산 오크 배럴’만을 고집하는 와이너리다.

“와인 맛은 나무가 결정한다”

실버 오크 와인의 정체성은 양조장이 아닌 ‘배럴(오크통)’에서 출발한다. 현장 발표를 맡은 아미아 첸 실버 오크 아시아·퍼시픽 담당은 “좋은 와인은 어떤 품종, 어떤 배럴에서 숙성하느냐에서 시작된다”며 아메리칸 오크 배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다양한 목재가 와인통으로 쓰였지만, 누수 방지와 내구성 측면에서 참나무가 최적의 소재로 남았다. 특히 고급 와인에 주로 쓰이는 화이트 오크는 내부에 ‘타일로시스’라는 세포 구조가 발달해 액체가 새는 것을 막아준다.

프렌치 오크와의 차이점도 명확하다. 춥고 습한 북유럽에서 자라는 프렌치 오크는 나이테가 촘촘해 와인의 구조감을 단단하게 잡아준다면,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빠르게 자라는 미국산 오크는 나이테가 넓어 와인에 바닐라, 코코넛 등 달콤하고 스파이시한 아로마를 제공한다.

실버 오크의 오크통을 향한 집념은 원재료 통제를 넘어 생산 인프라 인수로 이어졌다. 2015년 미국 미주리주에 위치한 오크통 제작소 ‘더 오크 쿠퍼리지’를 품었다. 인수 배경에 대해 첸 담당은 “미주리주에서 생산되는 오크 배럴이 실버 오크가 추구하는 완벽한 아로마와 텍스처를 선사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미아 첸 실버 오크 아시아·퍼시픽 담당이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럴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현우 기자

아미아 첸 실버 오크 아시아·퍼시픽 담당이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럴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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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과 불길 견딘 오크 배럴

실버 오크의 배럴이 탄생하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벌목된 참나무 판자(스테이브)가 비바람과 햇빛이 있는 야외에서 장기간 자연 건조되는 ‘시즈닝’ 과정을 거친다. 첸 담당은 “2015년 인수 후 가장 먼저 시도한 게 시즈닝 기간 조절”이라며 “여러 테스트 결과 24개월이 아로마 풍미와 질감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건조를 마친 32개의 스테이브는 마스터 쿠퍼(장인) 대니 오튼과 그의 팀의 손길을 거쳐 둥근 배럴로 조립된다. 가장 핵심이 되는 공정은 배럴 내부를 불로 굽는 ‘토스팅’이다. 약 40분간 불을 쬐는 미디엄-라이트 토스팅을 거치면 나무 내부의 화학물이 분해되며 실버 오크 특유의 풍미가 완성된다.

이날 현장에서는 실버 오크 와인을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일한 알렉산더 밸리 지역에서 생산돼 24개월 배럴 숙성 및 18개월 병 숙성을 거친 ‘까베르네 소비뇽’ 두 빈티지가 글라스에 담겼다. 10년이 훌쩍 지난 ‘2012년산’은 코를 찌르는 깊고 진한 향과 묵직한 바디감을 제공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최근 빈티지인 ‘2022년산’은 향이 덜하고 비교적 가벼운 맛을 냈다.

‘나파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 2019’는 20개월의 긴 병 숙성을 거쳐 진하지 않은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텍스처를 뽐냈다. 공동 설립자인 고(故) 레이 던컨을 기리기 위해 만든 ‘타임리스 나파 밸리 2019’는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6개월간 숙성해, 나파 밸리 특유의 구조감을 담아냈다.

끝으로 던컨 대표는 “한국 음식에도 잘 어울리는 와인이기에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실버 오크는 최고급 와인 생산을 넘어 지속 가능한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실버 오크의 두 주력 와이너리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건축물 인증인 'LEED 플래티넘'을 획득했다. 수자원을 100% 여과해 재사용하고 태양광으로 필요 에너지의 105%를 자체 생산하는 등, 자연과 공존하며 양조 철학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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