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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전문에서 테라타워까지…현대ENG의 진화 [건설 브랜드의 역사 ④]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1 00:00

1974년 엔지니어링사에서 출발
지식산업센터 ‘자체 브랜드ʼ 키워

▲ GIDC 광명역 전경. 사진제공 = 현대엔지니어링

▲ GIDC 광명역 전경. 사진제공 = 현대엔지니어링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현대엔지니어링(대표이사 주우정)의 출발점에는 아파트도, 주택 브랜드도 없었다. 플랜트와 도로·항만·수자원 등 산업 기반시설을 설계하는 기술용역이 먼저였다. 1974년 현대건설 기술사업부를 확대 개편해 설립한 현대종합기술개발이 지금의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이어졌다.

반세기가 흐른 현재 회사의 사업은 플랜트와 인프라를 넘어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 복합개발까지 확장됐다. 주택에서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를 함께 사용하고, 비주거 부문에서는 독자 브랜드 ‘현대 테라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테라타워의 변천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설계 전문회사에서 종합건설사로 성장해온 과정을 보여준다. 지식산업센터에서 출발해 ‘현대 테라타워’로 이름을 바꾼 뒤 적용 범위를 비주거 상품 전반으로 넓혔다.

도면에서 출발한 현대ENG…EPC로 사업 영역 확대

현대엔지니어링의 역사는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갖추던 시기와 맞닿아 있다. 1973년 기술용역육성법이 제정된 이듬해인 1974년 2월 현대건설 기술사업부가 확대 개편되면서 현대종합기술개발이 출범했다.

해외 건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문 기술용역사의 필요성이 커지던 시기였다. 현대종합기술개발은 토목·수자원·건축 등 여러 분야의 설계와 기술용역을 수행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에서도 설계 경험을 쌓았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인도네시아 자고라위 고속도로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등에 참여했고, 1980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바 담수화·가스처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1982년 3월에는 사명을 현대엔지니어링으로 변경했다. 이후 기술연구소 설립 등으로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했고, 2006년부터는 설계·조달·시공을 아우르는 EPC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설계와 사업관리 중심의 회사가 프로젝트 전반을 직접 수행하는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데 이어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 사업 구조에도 다시 변화가 나타났다.

현대엠코 합병으로 체질 변화…주택에 ‘힐스테이트’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했다. 플랜트·인프라 설계와 EPC 역량에 현대엠코의 건축·주택 시공 경험이 더해지면서 종합건설사로서 사업 기반이 강화됐다.

주택 브랜드도 달라졌다. 현대엠코가 사용하던 ‘엠코타운’을 대신해 현대건설의 주택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합병 이후 초기 대표 사업 가운데 하나가 ‘힐스테이트 광교’다. 2014년 11월 힐스테이트 광교를 공급한 데 이어 힐스테이트 서산 등 전국에서 주택사업을 이어갔다. 수도권 정비사업에도 참여하며 주택 부문의 비중을 키웠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브랜드 역사를 힐스테이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현대건설과 공유하는 아파트 브랜드와 별개로 직접 만들어 키운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지식산업센터에 처음 도입한 ‘테라타워’다.

‘아파트형 공장’에서 브랜드 공간으로…테라타워의 시작

테라타워가 등장하기 전 지식산업센터의 뿌리는 ‘아파트형 공장’이었다. 제조업체 등이 한 건물에 입주할 수 있도록 조성되던 아파트형 공장은 관련 법 개정을 거쳐 2010년 ‘지식산업센터’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지식산업센터 전문 브랜드 ‘테라타워’를 선보였다. ‘TERA’는 ‘The Endless Realization of All’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기업이 꿈꾸는 모든 미래를 위한 끝없는 실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첫 적용 사업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역 테라타워’였다. 지하 5층~지상 16층 2개 동, 연면적 약 17만㎡ 규모로 조성됐으며 지하철 8호선 문정역과 연결되는 입지를 갖췄다.

공간 구성에는 지식산업센터가 기존 공장형 건물에서 업무시설로 바뀌던 흐름이 반영됐다. 냉난방·환기 시스템과 에너지 절감 설비를 적용하고 옥상정원과 스트리트형 상업시설 등을 함께 배치했다.

상업시설에서도 초기 시장 반응이 나타났다. 2014년 6월 분양을 시작한 문정역 테라타워 상가는 한 달여 만에 대부분 계약이 이뤄졌다. 이후 송파 테라타워2와 가산 테라타워, 기흥 테라타워 등으로 적용 사업지가 늘어났다.

사업지가 확대되면서 규모와 설계 방식도 달라졌다. 남양주 ‘현대 테라타워 DIMC’는 연면적 약 25만㎡ 규모의 대형 지식산업센터로 조성됐다. 일부 구간에는 최고 6m 층고와 5톤 화물엘리베이터 등 제조·물류업종을 고려한 설계가 적용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급한 다른 지식산업센터에서도 규모와 설계 기술의 변화가 이어졌다. 2021년 준공된 ‘GIDC 광명역’은 지하 5층~지상 29층 3개 동, 연면적 약 26만9109㎡ 규모다. 최고 높이는 120m이며 건물 상부에는 두 개 동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가 설치됐다. GIDC 광명역은 2022년 제18회 토목건축기술대상 건축부문 대상을 받았다.

‘현대’ 더하고 BI 바꾸고…비주거 브랜드로 영역 확대

2014년 문정역 테라타워에서 시작한 이름은 이후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쳤다. 2020년부터는 ‘테라타워’ 앞에 회사명을 붙인 ‘현대 테라타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에는 도입 7년 만에 BI(Brand Identity)를 리뉴얼했다.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담은 신규 BI를 선보이고 ‘새로운 가치와 열린 플랫폼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 혁신의 인큐베이터’라는 비전도 새로 정립했다.

이듬해 2월에는 현대 테라타워를 지식산업센터에 한정하지 않고 비주거 상품 통합 브랜드로 확대했다. 비주거 복합시설과 오피스 빌딩까지 적용 대상을 넓히면서 ‘복합문화공간 크리에이터’를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했다.

브랜드 변화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순창우 책임매니저는 테라타워에 ‘현대’를 더하면서 브랜드가 주는 인상도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회사명을 전면에 내세워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려는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상품 설계도 함께 진화했다. 차량이 지상층 업무공간 인근까지 이동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 시스템과 하역 공간에서 호실까지 물류 이동을 돕는 도어투도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외관·커뮤니티·업무 편의를 고려한 특화설계를 사업지별로 적용했다. 이러한 설계는 BI 리뉴얼 이전부터 영통과 오산 등에서 활용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다른 건설사와는 조금 다른 궤적을 그려왔다. 설계 전문회사에서 출발해 EPC로 역할을 확장했고,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거치면서 건축·주택까지 아우르는 종합건설사로 변모했다. 주택에서는 현대건설과 힐스테이트를 공유하는 한편, 비주거 분야에서는 테라타워라는 자체 브랜드를 구축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성장 과정은 브랜드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초기에는 설계와 기술 자체가 경쟁력이었다면 사업 범위가 넓어진 뒤에는 축적한 기술을 실제 공간과 상품으로 구현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브랜드는 이를 시장에 보여주는 이름이 됐다.

설계도면에서 시작한 현대엔지니어링의 52년은 기술을 공간으로 구현하고, 그 공간에 하나의 브랜드를 입혀온 시간이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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