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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號 하나은행, 기금형 연금 선제 대응…호주 '장기운용'·영국 '거버넌스' 모델 주목 [퇴직연금 인사이드]

지다혜 기자

dahyej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31 18:40

호주 10곳·영국 6곳 직접 방문…성과평가·가입자 관리 점검
해외 사례 그룹 차원 공유…연금 자산관리 전략에도 반영

이호성 하나은행장 / 사진=하나은행

이호성 하나은행장 / 사진=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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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지다혜 기자]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부와 노사정이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에 뜻을 모은 가운데 기존 계약형과 기금형을 병행하면서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다양한 형태의 기금을 도입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가입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가입자 이익을 우선하는 운용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호성닫기이호성기사 모아보기 행장이 이끄는 하나은행은 기금형 퇴직연금 확대 논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호주와 영국의 운용체계와 지배구조를 직접 살펴봤다. 지난해 호주에서 소매형·산업형 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10개 기관, 영국에서는 최대 기금인 NEST 등을 포함한 6개 기금을 방문했다. 장기 자산운용과 성과평가, 가입자 관리 등 현지 운영 노하우를 살펴본 뒤 관련 논의를 하나금융그룹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500조 퇴직연금, 운용 혁신 필요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확정급여(DB)형은 228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45.7%를 차지해 제도별 적립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나타냈다. 다만 DB형 적립금의 91.9%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몰려 있어 자산배분을 통한 운용 성과 제고가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DB형 연간 수익률은 3.5%로 확정기여(DC)형 8.5%, 개인형퇴직연금(IRP) 9.4%를 밑돌았다. 최근 5년간 누적 수익률도 DB형이 15.9%로 같은 기간 누적 임금상승률 18.9%보다 3%p 낮았다. DB형은 사용자가 운용 책임을 지는 구조인 만큼 낮은 수익률은 기업의 추가 적립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도 목표수익률 설정과 퇴직급여 부채에 연계한 자산배분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기금형 확대 논의에서도 새로운 제도 도입과 함께 장기적인 운용 성과와 이를 관리할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체계를 먼저 구축한 해외 시장을 살펴본 하나은행의 행보도 주목된다.

호주서 찾은 장기투자·성과관리

하나은행이 호주에서 주목한 것은 장기 분산투자와 철저한 성과관리다. 호주는 1992년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을 도입한 뒤 30년 넘게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을 발전시켜 왔다. 퇴직연금을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하는 장기자산으로 보고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세제혜택을 통해 장기 적립을 유도하고 중도인출은 엄격하게 제한해 은퇴 이전에 연금자산이 소진되는 것을 막는 것도 특징이다. 기금에 전문적인 자산운용을 맡기는 대신 운용 결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다.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은 '퍼포먼스 테스트(Performance Test)'를 통해 장기 운용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성과가 부진한 기금에는 개선을 요구하거나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한다.

성과평가 체계는 현재도 계속 작동하고 있다. APRA가 지난 28일 발표한 2026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547개 호주 퇴직연금 상품 가운데 12개가 평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5개 상품은 최소 2년 연속 기준에 미달했다. 올해 미달 상품의 주요 원인 역시 높은 관리 비용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성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계약형·기금형 경쟁

영국에서는 계약형과 기금형이 함께 존재하면서 경쟁하는 구조에 주목했다. 영국은 2012년 자동가입제도(Auto-Enrolment)를 도입한 이후 직장연금 가입 기반을 크게 넓혔다. 하나은행이 현지 벤치마킹을 통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전 47% 수준이던 가입률은 2025년 82%까지 높아졌다. 영국 노동연금부(DWP)의 최신 통계에서도 지난해 그레이트브리튼 전체 근로자의 직장연금 가입률은 82%로 집계됐다.

가입 확대와 함께 성장한 것이 여러 사업장이 하나의 기금에 참여하는 '마스터 트러스트(Master Trust)'다. 독립적인 트러스티 이사회가 기금 운영과 주요 의사결정을 맡고 가입자 이익을 우선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디폴트펀드를 활용해 복잡한 투자상품을 직접 선택하지 않더라도 전문가가 설계한 방식에 따라 자산을 배분할 수 있다.

계약형과 기금형이 시장에서 함께 경쟁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두 제도의 경쟁 과정에서 연금 자산관리 서비스가 개선되고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역시 낮아졌다는 게 하나은행의 분석이다. 영국은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VfM)' 평가를 통해 투자성과뿐 아니라 수수료와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기금에는 개선이나 통합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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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곳 벤치마킹…그룹 대응 확대

하나은행은 해외 현지조사 결과를 은행 차원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하나금융그룹의 대응 방향으로 넓히고 있다. 호주에서는 Mercer·CFS 등 소매형 기금과 ART·Aware Super 등 산업형 기금 및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10개 기관을 찾았고, 영국에서는 NEST 등 6개 기금을 방문했다.

현지 방문 이후에는 각국 제도의 발전 과정과 지배구조, 자산운용 및 가입자 관리 방식을 그룹 내 관련 계열사와 공유했다. 국내 기금형 확대에 대비해 필요한 역량과 대응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체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확인한 장기 자산운용, 독립적인 거버넌스, 전문적인 운용체계와 성과평가 방식을 국내 제도 환경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단계다.

하나은행은 기존 계약형과 새롭게 도입되는 기금형이 어느 한쪽을 대체하기보다 각각의 장점을 바탕으로 경쟁하면서 가입자 선택권과 시장의 운용 성과를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전문적인 자산운용과 성과관리, 가입자 선택권이 균형을 이루는 '한국형 기금형'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연금 자산관리 전략으로 연결

해외 벤치마킹에서 확인한 원칙은 하나은행의 기존 퇴직연금 사업에도 반영되고 있다. 장기간 축적되는 연금자산의 특성을 감안해 개별 상품 판매보다 포트폴리오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하나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운용 서비스'를 출시하고 전문가가 선정한 포트폴리오와 자산전략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은행권 최초 '하나MP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은퇴 이후 현금흐름까지 고려해 연금관리 영역을 적립기에서 인출기로 넓히고 있다.

디지털뿐 아니라 대면 상담과 전문인력을 활용한 가입자 관리도 강화했다. 연금 전문 상담센터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지방 권역까지 확대해 가입 이후에도 체계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운용 성과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해 성과가 부진한 디폴트옵션 상품을 업계 최초로 변경하는 등 상품 공급 이후에도 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호주와 영국은 각각 다른 경로로 퇴직연금 제도를 발전시켜 왔지만 가입자의 노후자산을 장기간 축적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와 운용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해외에서 확인한 경험과 그룹 차원의 논의를 토대로 향후 정부의 제도 방향에 맞춰 필요한 역량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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