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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여신 책임심의 착수까지 1333일…수의계약 비중 80% '과제' [2026 국감-한국수출입은행②]

지다혜 기자

dahyej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21 09:00

출자전환 64건 심의 누락…10월 책임 규정 개정
EDCF 평가보고서 중복 서술…해외사업 위험관리 지적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오른쪽)이 20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오른쪽)이 20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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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지다혜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의 부실여신 책임 규명이 지연되고 출자전환 여신이 심의에서 누락되는 등 내부통제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수의계약 비중이 높은 데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평가보고서에서도 중복 서술이 확인됐다.

수은은 해외 금융의 특수성을 설명하면서도 책임심의 규정을 개정하고 평가용역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사업에서는 시공사 경영난과 자연재해 위험에 대한 관리·심사 적정성도 쟁점이 됐다.

손실 확정 기다리다 책임 규명 지연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한국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는 부실여신 발생 이후 책임 규명이 늦어지는 구조가 지적됐다. 이춘석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수은이 최근 10년간 상각 처리한 채권은 약 3조8000억원에 달한다.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된 책임심의 완료 사례 132건은 심의 착수까지 평균 1333일이 소요됐다. 약 3년 8개월로, IBK기업은행의 평균 192일보다 7배 가까이 길다. 이 의원은 심의가 지연되는 사이 관련 직원 36명이 퇴직해 실질적인 징계나 변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책금융기관은 수출기업과 해외사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일반 은행보다 높은 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실 발생 자체와 별개로 여신 취급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손실을 막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는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자전환 여신의 심의 누락도 문제로 제기됐다. 수은은 부실채권을 기업 주식으로 전환한 64건을 책임심의 절차에서 제외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가운데 61건은 주식 소각이나 병합 등으로 사실상 가치가 없어졌으며, 감사원이 조사한 2건에서는 업무처리 부적정 사례가 확인됐다.

출자전환은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다만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됐다는 이유만으로 당초 여신 취급 과정의 책임 여부까지 검토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은 나머지 62건에 대해서도 당시 규정 위반 여부와 업무처리의 적정성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해외사업의 경우 다수 채권단과 협상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 부실채권 처리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책임 규명 절차가 장기간 지연돼 왔다는 점은 인정했다.

수은은 지난 12일 책임심의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대손상각 시점을 기준으로 책임을 검토했지만, 앞으로는 추정손실 발생 시점으로 앞당기고 출자전환 여신도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과거 심의에서 제외된 64건에 대한 재조사 여부는 별도로 확정되지 않았다.

입찰 요건·계약정보 공개 도마

수은의 높은 수의계약 비중도 계약 절차의 투명성 문제로 이어졌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수은의 수의계약 비중은 건수 기준 약 80%, 금액 기준 81%에 달했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 없이 특정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전문 기술이 필요하거나 입찰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 활용할 수 있지만, 예외적인 계약 방식이 반복될수록 업체 선정 사유와 경쟁 제한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 의원은 수은이 국가계약법령의 수의계약 허용 규정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안요청서(RFP)의 참가 요건을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설정할 경우 경쟁입찰을 실시하더라도 다른 업체의 참여가 어려워지고, 유찰을 거쳐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후환경 컨설팅과 세무조정, 정보보호 관련 용역 등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됐다. 법적 절차를 형식적으로 준수했는지뿐 아니라 실제로 여러 업체에 경쟁 기회가 제공됐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황 행장은 재해복구센터 이전·유지관리와 정보보호 업무 등은 전문 기술이 요구돼 수의계약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계약이 이러한 특수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입찰 요건을 설계했다는 의혹에는 "수출입은행 직원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고의적인 유찰 유도나 특정 업체에 대한 계약 몰아주기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계약정보 공개 범위도 논의됐다. 오 의원은 한국은행이 수의계약의 명칭과 금액, 계약 상대방, 계약 사유와 법적 근거를 공개하고 있다며 수은에도 공개 확대를 요구했다. 황 행장은 관련 현황을 살펴보고 계약 유형별 운영 실태와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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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용역 12억7300만원에도 검증 미흡

해외 개발사업에 대한 평가체계에서도 문제점이 확인됐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수은의 EDCF 승인사업은 97건, 승인액은 17조9447억원이다. 집행액은 약 3조원으로 집계됐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수은이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용한다. 사업 완료 이후 실시하는 평가는 목표 달성 여부를 검증하고 후속 사업의 설계와 지원 방향을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수은이 제출한 사업평가 보고서 16건에는 총 12억7300만원의 외부 용역비가 투입됐음에도 내용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 가운데 7건은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했다.

임 의원은 베트남 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 건설사업 제7구간과 제10구간 평가보고서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술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공사 구간마다 설계 변경과 보상·이주 상황, 지연 원인이 다를 수 있는데도 평가 내용이 충분히 구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케냐 기술훈련소 확장·개선사업과 모잠비크·우간다 교육 개선사업에서도 평가 근거의 적정성이 문제가 됐다. 일부 보고서에는 기자재 등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관련 평가에서는 4점 만점이 부여됐다는 지적이다. 성과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면 후속 사업의 성과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황 행장은 사전 점검 과정에서 일부 평가보고서에 동일한 표현이 반복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평가 품질이 미흡한 기관에 대해서는 향후 입찰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수은 내부의 검증 절차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임 의원은 외부 용역기관의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수은에도 물어야 한다며 자체 감사와 후속 사업에 미친 영향의 점검을 요구했다. 황 행장은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개선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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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공사 중단·네팔 위험평가 쟁점

해외 금융지원 사업의 수행 위험도 쟁점이 됐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몽골 아이막 지역난방 개선사업과 네팔 수력발전 사업을 거론하며 시공사 경영위험과 자연재해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따져 물었다.

몽골 사업은 시공을 맡은 벽산엔지니어링의 경영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황 행장은 해당 업체의 부도 이후 회생법원에서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며, 사업 중단에 따른 소송과 정산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수은은 현재 몽골 정부의 사업 정산과 소송 대응,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윤 의원은 사업 중단에 따른 외교적 문제도 우려했지만, 황 행장은 수은에 공식적으로 제기된 외교 현안은 없다고 밝혔다.

별도로 네팔 수력발전 사업에서는 산사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기존 여신 위험평가가 적절했는지 문제가 제기됐다. 윤 의원은 해당 지역에서 과거 12년간 산사태와 홍수 등이 9차례 발생했는데도 위험등급이 A등급으로 평가됐다며 재해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확인을 요구했다.

황 행장은 현재 인명 수습과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네팔 정부가 상류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암석·빙하 관련 산사태를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빙하 붕괴나 홍수와 달리 예측이 어려운 자연재해였다는 견해도 밝혔다.

기존 A등급 평가에 대해서는 과거 재해 기록과 사업 부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기존 위험평가의 적정성이나 사고와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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