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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왜 SK하이닉스에 시총 1위를 내줬나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23 15:19

AI 반도체에 자본 집중한 SK하이닉스

최태원 SK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시가총액 1위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툼이 치열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그림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자본을 집중한 SK하이닉스가 AI 시대의 주도권을 쥐며 삼성전자의 아성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2080조 원으로, 2067조 원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총 종목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설명문을 통해 "기업 시총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주식 가치의 전체 합계"라고 반박했다. 우선주를 포함한 삼성전자 시총은 2252조 원으로 여전히 1위라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1999년 이후 27년 만에 종목 1위가 교체된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불과 2년 6개월 전인 2023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보통주) 시총은 SK하이닉스에 4.5배 이상 높았다. 양사간 시총 차이는 올해 1분기 말 이후 급격히 좁혀지더니 사상 처음으로 역전하는 일이 벌어졌다. 무엇이 삼성전자의 시총을 단숨에 따라잡게 만든 것일까.

삼성전자는 왜 SK하이닉스에 시총 1위를 내줬나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총자산은 2.8배 많고 매출도 2.6배 가량 크다. 기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모아둔 자금(이익잉여금)도 삼성전자가 3배나 더 많다.

SK하이닉스가 시장으로부터 받은 프리미엄은 자본 효율성이다. 더 적은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수익으로 만들어내는 효율이 훨씬 높다.

자료=더 컴퍼스

자료=더 컴퍼스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AI 데이터 플랫폼 '더 컴퍼스'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실적에 기반한 SK하이닉스 투하자본수익률(ROIC) 올해 예상치는 71.3%로, 41.6%인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자본을 조달한 비용(가중평균자본비용, WACC)을 제외한 실질적인 이익을 나타내는 스프레드(ROIC - WACC)는 SK하이닉스가 54.1%에 달해, 삼성전자 20.6%보다 2.5배 이상 높다.

이 플랫폼은 ROIC 분모에 해당하는 투하자본(IC) 산출 시 단기금융상품 등을 제외하지 않는 보수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실질적인 기업의 자금활용능력을 보기 위해서다. 막대한 비영업 금융자산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자본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더 낮게 평가되는 불리함이 있다.

이와 함께 자본비용(WACC) 또한 잉여현금흐름(FCF) 역산법을 사용했다. 삼성전자의 2026년 FCF 전망치인 88조4000억 원이 1분기 말 시총에 도달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연평균 27.3%라는 높은 성장률을 증명해야 한다. 반면 동일한 기준으로 시장이 SK하이닉스에 요구하는 연평균 성장률은 22.8%로 삼성전자보다 낮게 형성됐다.

결국 SK하이닉스가 보여주고 있는 시장 요구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익 창출 능력이, 최근 독주한 주가 상승과 시총 프리미엄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실적 사이클에 전략 모멘텀 추가

위 지표는 올해 1분기 재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간 전망치가 반영됐다.

올 1분기에는 범용 D램 가격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상회하며, 범용 반도체 규모와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보유한 스마트폰, 가전 등 세트(DX)부문은 1분기 정점으로 2~4분기에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2분기 이후에는 SK하이닉스의 자본 효율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도 주가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기대감이 커지고있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6배로, 10배 이상을 받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과 비교해 저평가 상태다.

SK그룹 오너인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회장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SK하이닉스 미래 전략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미래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최 회장은 이달초 대만 최대 IT 박람회인 컴퓨텍스 2026 현장에 참석해 "AI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HBM 등 메모리 부족은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현재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HBM4 성공 관건

삼성전자의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 효율성은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와 DX부문 등 저수익 사업부의 존재에서 기인한다. 장기적으로는 AI 시대가 완전히 도래하고 메모리 의존도를 낮추는 다각화 전략이 기업가치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국면에서는 사업 구조를 단순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한 SK하이닉스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는 HBM4(6세대)를 통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HBM4는 최선단 10나노급 1c D램과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결합해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HBM4 기술력 회복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는지 증명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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