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윤정 업스테이지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외이사에서 사내 사령탑으로
업스테이지는 최근 벤처투자사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출신 진윤정(44) 상무를 신임 CFO로 영입하고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인사는 외부 재무 전문가를 단순 수혈한 것을 넘어 초기 단계부터 회사 재무 리스크와 성장 잠재력을 지켜본 인사를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진윤정 CFO는 업스테이지 초기 시리즈 A 투자 단계부터 책임 심사역으로 참여했으며, 이후 사외이사직을 역임하며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 전반에 참여해 왔다. 투자자로서 한발 물러나 기업을 관찰하던 심사역이 상장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경영진으로 합류한 셈이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우리가 힘들 때, 치열하게 고민할 때, 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그 모든 궤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분”이라며 “누구보다 업스테이지 민낯과 잠재력을 잘 아시기에 저희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해 주셨고, 이번에 직접 배에 올라타 회사를 이끌어 주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회사 내부 사정과 리스크를 가장 잘 아는 사외이사 출신 인사가 CFO 직을 수락했다는 점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본시장에 업스테이지 성장 모멘텀과 상장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입증하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IB·VC 관통한 이력
진윤정 CFO 커리어는 업스테이지가 향후 자본시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과 직결된다.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한 그는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대형 IPO 구조 설계 및 인수·합병(M&A) 자문 업무를 수행하며 기업 가치 평가와 전통 재무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이후 2014년 SBVA에 합류해 한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무대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했다. 다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며 성과를 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에 매각된 싱가포르 신선식품 플랫폼 레드마트, 인도네시아 디지털 자산 자문 플랫폼 아자이브, 싱가포르 기반 핀테크 플랫폼 엔다우어스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시장에서는 진윤정 CFO를 정교한 재무 모델링 능력을 갖춘 IB 역량과 스타트업 외형 성장을 이끈 벤처캐피털(VC) 노하우를 겸비한 인물로 평가한다. 생성형 AI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과 지출 통제를 균형 있게 수행해야 하는 업스테이지에 최적화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프리 IPO ‘1.3조’ 역량 가늠자
진윤정 CFO가 이끌 업스테이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제도권 시장에서의 몸값 입증이다. 업스테이지는 올해 초 진행된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과정에서 기업가치 약 1조3000억 원 수준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고금리 기조와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다만 장외시장 평가액은 상장 공모 시장에서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공동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업스테이지는 올해 하반기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업스테이지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목전에 두고 막바지 시점 조율과 함께 공모 절차 완주를 위한 밸류에이션 타당성 입증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장을 앞두고 단행 중인 공격적 M&A 행보는 진윤정 CFO 역량을 가늠할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AI 에이전트 플랫폼 스타트업 타임리를 인수하는 등 연이은 기술·인재 인수를 통해 몸집 불리기와 수익모델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이 거대언어모델(LLM) 자체 기술력보다 실제 매출을 일으키는 ‘AI 에이전트’ 사업성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외형 확장의 타당성을 시장에 설득하는 것이 진윤정 CFO 몫이다.
또한 글로벌 AI 거품론과 수익성 검증 기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진윤정 CFO는 글로벌 IB 시절 축적한 공모 구조 설계 능력과 IR(투자자관계) 역량을 시험받을 전망이다.
관건은 적자 기술 기업 상장 시 쟁점이 되는 미래 추정 실적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해 매출액 248억 원, 영업손실 304억 원을 기록하는 등 창사 이래 4년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인수한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어떻게 단기간 내에 흑자 전환 기틀을 마련할지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상장 이후 자본 효율성 극대화와 글로벌 확장 역시 그의 몫이다.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AI 산업 특성상 공모자금 효율적 배분이 필수적이다. 향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M&A 등에서 진윤정 CFO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주요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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