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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13년 만 등기이사로…스타벅스가 바꾼 신세계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09 13:53

오너 책임론에 꺼낸 승부수…13년 만 등기이사
이마트·스타필드·AI…정용진 앞에 놓인 과제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세계프라퍼티와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세계프라퍼티와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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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회장이 13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의 대표이사를 맡아 법적 책임을 지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정 회장은 그동안 미등기 임원으로 주요 의사 결정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계기로 책임경영 요구가 커지자 등기이사 카드를 꺼내 들며 체제 변화를 예고했다.

9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신세계프라퍼티의 각자대표로 내정됐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사회를 열어 정 회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하고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키는 절차를 밟는다. 이후 다시 이사회를 열어 정 회장을 각자대표로 임명한다. 이마트는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각자대표로 내정한 후 내년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2006년 부회장 취임 후 2010년 신세계에 이어 2011년 이마트 등기이사에 올랐지만, 2012년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으로 경제개혁연대가 고발에 나서자 2013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이후 올해까지 13년 간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결정에 대해 “스타벅스 마케팅 사태를 거치며 정 회장이 공언한 스타벅스코리아와 신세계그룹의 쇄신을 한층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대표이사 선임 이상의 변화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2013년 이후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지 않은 채 그룹을 이끌어왔지만, 이번에는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를 동시에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특히 스타벅스코리아 논란 이후 오너 책임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법적 책임을 지는 위치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신세계의 경영 기조 변화로도 해석된다.

정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에 오르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 그룹 내 계열사는 3곳으로 늘어난다. 그는 지난해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설립한 AG글로벌홀딩스(옛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초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스타벅스 논란이 부른 ‘책임경영’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배경에는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분명한 영향을 미쳤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마케팅이 역사 인식 부족이라는 비판이 인 상황에서 과거 정 회장이 SNS에 남긴 ‘멸공’ 관련 발언이 소환되며 스타벅스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졌다.

정 회장은 해당 논란이 발생한 당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하고, 이튿날에는 직접 사과문을 냈다. 하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약 일주일 만인 5월 26일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정 회장은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세 차례 고개를 숙였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논란의 책임이 스타벅스코리아를 넘어 신세계그룹 오너에게까지 확산하며 그룹 전반의 쇄신 요구가 커진 것이다.

이에 정 회장은 사퇴 대신 직접 법적 책임을 지는 경영체제를 선택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오너 책임론이 제기됨에 따라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를 맡아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며 사태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6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 회장이 이마트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 스타벅스코리아 이사회 구성과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역시 지게 된다. 결국 스타벅스 논란이 신세계의 경영 체제 변화까지 이끌어낸 셈이다.

핵심 계열사 전면에 선 정용진…산적한 과제

정 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를 직접 받는 위치에 서게 됐다. 그동안 오너로서 그룹 경영을 총괄해왔지만, 이제는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로서 실적과 기업가치, 주요 투자 성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지게 된 것이다. 결국 오너로서 그룹을 이끌던 위치에서 대표이사로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보다 명확한 위치로 역할이 바뀐 셈이다.

사실상 정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 강화 움직임은 지난 4월부터 감지됐다. 신세계그룹은 당시 경영전략실 조직을 전면 개편하면서 임영록 경영전략실장 겸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의 겸직을 해제했다. 임 사장에게는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 스타베이시티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부여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경영전략실에 대해 "정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한층 강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만에 임 사장이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정 회장이 직접 각자대표로 나서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스타필드 청라를 비롯한 대형 복합개발 사업은 물론 수익성 개선 과제를 안고 있는 이마트의 실적 회복 여부가 향후 정 회장의 경영 성과를 가늠할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신세계프라퍼티는 미국 AI 인프라 기업 리플렉션AI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내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정 회장은 직접 MOU 서명자로 나선 데 이어 이번에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까지 맡게 되면서 사업 추진에 대한 책임 역시 더욱 커지게 됐다.

스타필드 청라 또한 신세계프라퍼티의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쇼핑몰과 돔구장을 결합한 복합개발 사업으로, 쇼핑·문화·레저·엔터테인먼트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복합공간 조성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사업 규모가 큰 만큼 향후 사업 추진 과정과 성과 여부가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역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가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본업인 할인점 사업은 대형마트 업황 둔화와 소비 침체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와의 시너지 확대, 수익성 개선, 온라인 경쟁력 강화 등도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책임경영을 위해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앞으로는 실적과 투자 성과, 신사업 추진 결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며 "대표이사 선임은 시작일 뿐,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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