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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진옥동의 일류 신한, 판을 바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23 05:00

더 벌수록 더 돌려준다…상한 없앤 주주환원 설계
글로벌 IR로 신한금융 밸류에이션 재평가 본격화
담보 관행 깨고 미래산업 자본투입 패러다임 전환

[김의석의 단상] 진옥동의 일류 신한, 판을 바꾸다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작년 11월 필자의 단상(斷想) 칼럼에서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처음 다뤘을 때, 주제는 그의 첫 임기 3년이었다. 숫자보다 고객을,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며 신뢰와 정도(正道)를 금융의 기본으로 세운 시간. '일등보다 일류'는 그 마침표이자, 다음을 향한 첫 선언이었다.

올해 4월, 2기 임기가 시작됐다. 1기가 금융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었다면, 2기는 그 위에서 판을 실제로 바꾸는 시간이다. '밸류업 2.0'과 북중미 IR(기업설명회)이 그 신호탄이다. 그가 강조해온 '먼저 움직이는 금융'이 구호를 넘어 실행 체계로 옮겨가고 있다.

출발점은 2023년 겨울 런던에서의 경험이었다. 진옥동 회장은 최근 티 미팅 간담회에서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찰스 3세와 각료들이 수조 달러를 움직이는 글로벌 자본 앞에 직접 나서 설득하는데, 우리 금융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니었다. 신한 내부의 관성을 흔들고, 금융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계기가 됐다.

자본은 더 이상 국경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산업의 미래를 따라 이동한다. 담보와 관행에 갇힌 레거시 금융으로는 이 흐름을 선점하기 어렵다. 금융도 수동적 중개자에 머물 수 없다는 인식이다.

▲밸류업 정책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으로 61%대를 회복한 신한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2026년 5월 기준)

▲밸류업 정책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으로 61%대를 회복한 신한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2026년 5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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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북중미 IR도 그 연장선에 있다. 신한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60%를 웃돈다. 주주 열 명 중 여섯이 외국인이라는 뜻이자, 국내식 논리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는 것은 실적만이 아니다. 위기 국면에서도 자본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예측 가능성'이다. 이번 IR은 설명회라기보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거울 앞에서 신한금융의 체질을 점검하는 과정에 가깝다. 진옥동 회장이 직접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CEO의 등판은 상징이 아니라 메시지다. 시장이 묻는 것은 결국 하나다.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 답이 '밸류업 2.0'에 담겼다. 핵심은 규모보다 구조다. 이익과 자본 수준에 따라 주주환원이 자동 조정되는 동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적이 늘면 환원 규모도 함께 확대되며, 인위적 상한은 두지 않았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세제 효율까지 고려한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
과거 주주환원이 경영진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면, 이번엔 이를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국내 금융지주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수익성 부족만이 아니었다. 시장은 높은 수익보다 흔들리지 않는 원칙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얼마를 벌었는가"보다 "얼마나 예측 가능한가"가 핵심이다. 밸류업 2.0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다.

▲신한금융 ‘밸류업 2.0’의 핵심인 동적 환원 시스템과 주요 주주환원 계획.

▲신한금융 ‘밸류업 2.0’의 핵심인 동적 환원 시스템과 주요 주주환원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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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장의 검증 기준은 냉정하다. 경기 둔화와 자본 규제가 동시에 밀려오는 국면에서도 이 원칙이 유지되는지를 본다. 수익을 어떻게 나누느냐만큼, 번 돈을 어디에 다시 투입하느냐도 중요하다. 자본 배분의 방향이 결국 금융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 지점에서 그의 화두는 단호하다. "레거시 금융은 도태된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에 기대던 방식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경고다. 승부처는 비이자 수익과 자본시장, 자산관리(WM)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AI도 단순한 디지털 혁신이 아니다. 비용 구조와 생산성을 동시에 바꾸는 금융의 새 인프라다. 은행과 증권을 묶는 원(One) WM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 자산을 통합 관리하고 금융 데이터를 연결해 수익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시도다. 중기 전략 'Great Challenge 2030'은 이 구상을 장기 로드맵으로 구체화한 프로젝트다.

신한금융은 최근 담보 중심 여신 관행을 벗어나 미래 산업을 발굴하는 조직도 신설했다. 재무제표보다 기술과 성장 가능성을 먼저 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자율주행·AI·로보틱스 현장을 직접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 자체를 함께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기술 산업은 변동성이 크고 회수 기간도 길다. 리스크는 금융사가 부담하지만 성공 보상 구조는 아직 충분히 정교하지 않다. 담보 대출에서 벗어나라 하면서 동시에 리스크 관리는 더 강화하라는 요구도 반복된다. 일정 수준의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과 규제 유연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6개월 전 '일류'가 태도와 방향의 단계였다면, 지금은 설계와 증명의 단계다. 레거시 금융의 도태를 경고하고, 담보 대신 미래 산업과 아이디어에 자본을 얹겠다고 선언한 것은 진옥동 회장 자신이었다. 이제 시장은 그 말의 무게를 숫자로 확인하려 한다.

판을 바꾸겠다는 선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의 판이 실제로 바뀌었는지는 반복되는 신뢰와 숫자만이 증명한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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