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영 기자
과거에는 부동산이나 단기 수익 중심 자산에 자금이 쏠렸다면, 인프라 구축이나 벤처·스타트업 투자, 신산업 육성 등 실물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영역으로 자금 흐름을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금융이 ‘중개자’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닌 ‘성장 촉진자’로 기능해야 한다는 당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사도 생산적금융의 핵심 주체로 주목된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장기 보험료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자금을 운용한다. 이 때문에 단기 변동성에 덜 민감한 투자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도 보험사를 장기·대체투자 확대의 주요 축으로 보고, 생산적금융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생산적금융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현재 보험사가 처해있는 여건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 이후 수익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보면, 대형사를 비롯해 업계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보험손익 부담 확대와 함께 손해율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지급여력비율 관리와 자본의 질 개선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건전성 규제 대응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손해율 상승과 투자 환경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보험사들은 ‘공격’보다는 ‘방어’를 통한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안전자산이 아닌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 확대 요구는 보험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본 건전성 강화를 주문하는 한편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이중적 메시지 속에서, 업계로서는 방향 설정에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험사의 자금 운용이 갖는 특수성도 고려해 봐야 한다. 보험사의 투자 재원은 결국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비롯된다.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은 보험금 지급 여력이나 보험료 수준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수익 추구를 넘어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둘 수밖에 없다. 생산적금융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투자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게 되는 이유다.
다만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보험사들은 생산적금융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직접적인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운영과 오픈이노베이션 확대 등을 통해 혁신 기업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왔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만큼, 생산적금융의 취지를 일정 부분 실천해 온 셈이다.
물론 보험사의 사회적 역할을 외면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적금융 확대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역할을 확대하고 강조하기에 앞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생산적금융의 정책 방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뒷받침할 실행 기반 역시 함께 설계돼야 한다. 역할을 주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간극을 좁히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과 규제가 같은 방향을 향할 때 비로소 시장은 움직일 수 있다.
지금 보험업계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요구가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정교한 설계다.
강은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eyk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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