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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파는 스타트업’ 핀트러스트의 도전

장종회 기자

jhchang@

기사입력 : 2026-04-07 10:46

에스크로 신기술로 시장 판도 바꾼다
제도적 사각지대 정조준 ‘핀테크 혁신’
전세사기·자금 유용·하도급 갑질 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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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지난 1월 7일, 서울 관악구에 조용히 문을 연 스타트업이 금융권 안팎에서 예상 밖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기법의 에스크로(Escrow)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흔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스타트업 핀트러스트(FinTrust) 얘기다.
'핀(Fin·금융)'과 '트러스트(Trust·신뢰)'를 결합한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핀트러스트의 핵심 비즈니스는 돈이 아니라 '신뢰'다. 좀 구체적으로는 은행의 에스크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종합 자금관리 플랫폼 사업이다.

에스크로는 거래 당사자 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제3자(주로 은행)가 자금을 보관하다가 계약 조건이 충족될 때 지급하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미국 부동산 거래에서는 오래전부터 보편화환 것이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대기업 간(B2B) 거래에 한정돼 일반소비자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웠다. 핀트러스트는 바로 이 공백을 파고든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에스크로를 B2C(기업-개인소비자 간), B2G(기업-정부 간) 거래 영역까지 확대 적용한 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개발투자금 에스크로 경험을 핀테크 사업으로
김명화 대표는 2014년 국내 최초로 은행에 부동산 자금관리 에스크로를 의뢰하여 진행한 경험이 있다. 모집금액 100억원이라는 조건을 정하고 6개월간 모금하여 성공하면 토지를 매입하기로 했다. 다만 1원이라도 모자라면 투자자들에게 무조건 반환되는 계약을 에스크로화해 실행했는데 모집액이 약간 미달해 전액 반환했다. 사업적으로는 완성되지 못했으나 에스크로 자체 프로그램으론 처음 성공한 사례다. 김대표는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에스크로 방식을 특허출원한 뒤 다양한 사업모델로 발전시켜 가고 있다.
김명화 핀트러스트 대표

김명화 핀트러스트 대표


전세사기방지 에스크로, 보증금 없는 월세에스크로, 공사 인테리어 에스크로, 조합 공공기관 자금관리 에스크로, 하도급 자금관리 에스크로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에스크로에 대한 핵심 구조와 기술을 설계하고,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을 접목해 사업화한 데 이어 시중은행과의 협력도 주도하고 있다.

전세사기서 티몬사태까지…'경유계좌' 함정 제거
핀트러스트가 주목하는 사회 문제의 구조는 복잡한 듯하지만 사실은 단순하다. 전세 사기든 위메프·티몬사태든 건설하도급 임금체불이든 문제의 근원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입자의 전세자금이나 자영업자의 구매대금, 하도급업체 결제대금 등이 '경유계좌(through account)'에 머무르는 동안에 부도나 횡령 등으로 사고가 터진다.

전세 계약의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을 전액 지급하고 이사까지 완료한 뒤에 전세권 설정을 하는 데까지 일주일이 걸린다. 그 사이에 집주인이 근저당을 추가로 설정하거나 집을 팔아버리는 사기가 빈발한다. 전세 보증보험도 확정일자, 전입신고, 전세권 설정이 모두 완료된 이후에야 효력이 발생하니 세입자 보호장치로서 전세권 설정제도에 허점이 많은 셈이다.

플랫폼 결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고 결제한 돈이 위메프나 티몬 같은 플랫폼의 경유계좌에 쌓인 상태에서 해당 기업이 부도를 내면 실제 제품판매자와 구매한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에스크로가 되어 있더라도 부도업체에 제3자의 채권 압류가 들어오면 법원도 에스크로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고 압류를 인정한 판례까지 있으니 문제는 심각하다.

핀트러스트가 낸 특허 기술은 이 문제를 '경유계좌 제거'라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했다. 플랫폼의 수백, 수천의 많은 구매자들이 자신의 계좌 자체를 에스크로 계좌로 전환해 자금을 보관하고, 계약 조건이 충족되면 중간 경유 없이 판매자 계좌로 직접 송금되는 방식이다. 자금이 본인 계좌에 묶여 있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이 높고, 제3자의 압류·가압류로 인한 위험도 차단된다. 스마트폰 기반 플랫폼을 통해 계좌 개설부터 계약 체결까지 5분 내 완결되도록 설계해 편리하기까지 하다.

시중은행 제휴…정부보조금까지 투명하게 보호
핀트러스트는 현재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에스크로 전담팀과 전문인력을 보유한 은행과 긴밀히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영업과 상품 개발은 핀트러스트가, 실제 자금 보관·집행은 은행이 맡는 구조다. 공인중개사들이 현장에서 리셀러 역할을 하며 전월세 에스크로 상품을 임대인·임차인에게 권유한다.

보증금 없는 월세 에스크로의 경우, 기존 5억 원 보증금 대신 임차인이 1년치 월세 1억 2천만 원을 자신의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면 매달 월세 금액만큼 자동 지급된다. 임대인은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대신 월세를 소폭 올려 받을 수 있고 공실을 면할 수 있는 구조여서 임차·임대인 모두에게 이익이다.

타깃 시장은 전월세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복지 지원금 유용을 방지하거나 학교급식 하도급업체 대금을 지급 보장하는 게 가능하다. 이외에 건설 하도급 관리, 사회간접자본(SOC)에 주민투자 유치까지 B2C, B2G 자금거래 전반을 아우를 수 있다. 국내 학교급식 규모만 따져도 6조 원에 달하고, 지자체의 사회복지 예산도 서울시 기준으로 연 55조 원 수준으로 큰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수수료를 1%만 확보해도 수백억 원 규모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에스크로 계좌는 이자 지급이 미미한 일반계좌이기 때문에 이자 지급에 대한 부담이 없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어 수익성이 뛰어나다. 거기에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전세사기나 하도급 대금·임금 체불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익적 의미가 더해지는 만큼 대형 시중은행으로서는 신경을 쓸만한 사업이다.
에스크로 신기술을 개발해 시장 공략에 나선 핀트러스트

에스크로 신기술을 개발해 시장 공략에 나선 핀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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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는 방패, 무기는 ‘신뢰(Trust)’
새로운 에스크로 시스템에 대한 특허는 업계에서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은행의 에스크로 전문가와 공동작업으로 특허를 출원하여 핀트러스트와 협력 계약이 없는 은행의 경우 에스크로 계약서와 상품 구조를 모방하려다가는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수 많은 에스크로 계좌를 모바일 뱅킹으로 개설하는 비대면 인터넷 전문은행과도 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핀스러스트는 창업한 지가 석 달 남짓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서의 관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늘어난 전세 사기로 인해 세입자들의 걱정이 늘면서 공인중개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지방은행과도 사업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며 금융 전문가들까지 사업에 합류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화 핀트러스트 대표는 "지금 당장의 수익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사회에서 매년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전세사기, 정부자금 유용, 하도급 갑질 등을 금융기술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혁신기술로 무장하고 '신뢰를 파는 회사'를 자임한 핀트러스트의 발걸음이 얼마나 빨리 진전될 지 지켜볼 일이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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