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기자수첩] 자사주, 경영권 방어벽 아닌 ‘주주가치’ 열쇠 돼야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16 05:00 최종수정 : 2026-03-16 21:08

‘낡은 지배구조 유산’ 걷어낼 때
주가 올리면 과감한 ‘인센티브’를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자기주식(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들 주가가 치솟고 있다. 자사주 의무 소각 논의가 시작되고 본격 시행된 최근 1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만 살펴보면, 법 시행 전·후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두산(자사주 비율 15.2%)과 SK(자사주 비율 24.6%)는 주가가 1년 만에 각각 227%, 148%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117%)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체 자사주 가운데 5분의 1 수준만 우선 소각하기로 한 롯데지주(자사주 비율 27.5%)는 같은 기간 3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 상승엔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므로 이를 전적으로 자사주 소각 덕분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과감한 소각 결정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사주는 회사가 이미 발행해 유통되고 있는 자사 주식을 직접 매입해 보유한 주식을 의미한다. 이런 주식을 소각하면 자연스럽게 전체 발행주식 수가 감소해 기존 주주 지분 가치는 높아진다. 새로운 주식을 찍어 팔아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유상증자와는 정반대 효과가 나는 셈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자본의 효율적 배분과 관련된다. 경영자는 투자받은 돈이나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덕목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설비 확장에 투자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인수하는 판단을 내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기대수익이 낮은 사업이라면 재투자하는 것은 자본 낭비다. 이럴 때 여유자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일반적인 주주환원 방식은 배당이다. 그러나 배당에는 세금이 많이 붙는다. 불필요한 비용을 싫어하고 기업가치 평가에 능숙했던 버크셔 해서웨이 전 최고경영자(CEO) 워런 버핏이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선호한 이유다.

과거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시민·사회 단체나 소액주주 연대 일각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법인세·기타 세수 감소와 지분이 많은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진다는 점이 비판의 근거였다.

역설적으로 우리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이른바 한국식 지배구조 형성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은 국가 주도로 거대 장치 산업을 육성하며 발전해왔다. 국가도 기업도 자금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계열사를 담보로 대규모 자본을 일으키는 순환출자형 지배구조가 유리했다. 그러다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을 핀포인트로 정리하기 좋은 지주사 중심 지배구조가 권장됐다. 계열사 합병·분할 등을 통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대량의 자사주가 발생했다.

“국가가 시키고 사회가 원하는 대로 지배구조를 선진화했더니 대주주를 악마화한다”는 불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사주가 경영권을 방어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각 소각돼야 할 자사주가 마치 자산처럼 인식되며 주주가치를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해 왔다. 과거 정부들도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논리에 빠져 원칙을 어기기도 했다.

주가는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다.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그런 기업들이 우리에게는 적지 않다. 지난 10~20년간 박스권에 갇힌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들이 너무 많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곳들도 포함된다.

주가를 올려봐야 상속세 부담 등으로 인해 실질적 이익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3차 상법 개정에 이어 논의될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서는 주가를 올리는 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등 보완책이 적극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기자수첩] 자사주, 경영권 방어벽 아닌 ‘주주가치’ 열쇠 돼야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김남구의 화요일, 한투를 키운 성장의 DNA 빠르게 결단하는 경영자는 많다. 하지만 매주 하루를 통째로 채용 면접에 쓰는 금융 오너는 흔치 않다. 매주 화요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시계는 ‘면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30분 단위로 지원자를 마주한다. 묻고, 듣고, 판단한다. 신입과 경력을 가리지 않는다. 대형 금융그룹 수장이 하루를 온전히 ‘사람’에 투자하는 이 장면은 그의 경영철학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그 철학의 뿌리는 부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에게 닿아 있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투자.”라는 원칙이다. 원양어선 시절 몸으로 익힌 이 가치는 장학사업과 동원육영재단, KAIST AI 인재 양성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한 2 AI는 왜 법과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가 [장준환의 AI법 네비게이터 ③] 얼마 전 뉴욕에서 한 투자자와 미팅을 하던 자리였다. 한 AI 기반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는 자리였는데, 예상과는 다른 질문이 먼저 나왔다. “이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니었다. 그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 시스템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 그리고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잠시 생각해보면 이상한 질문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AI 시대에 가장 먼저 나와야 할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기술로는 답할 수 없다.AI는 이미 인간의 판단 과정 깊숙이 들어와 있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를 선별하고, 금융에서는 대출 심사를 수행하며, 의료에서는 진단을 보조하는 등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결정을 기술 3 현대 미술이 달을 소환하는 까닭 현대 미술이 달을 소환하는 까닭밤하늘을 응시하며 우리는 무엇을 꿈꾸는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저 유백색의 구체는 왜 유독 현대 미술가들의 캔버스 위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며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을까. '키아프(Kiaf)'나 '화랑미술제' 같은 대형 아트페어를 방문해 본 이들이라면 전시장 곳곳을 수놓은 다채로운 '달'의 형상들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유행하는 소재의 반복을 넘어, 현대인들이 상실해가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회복하려는 무의식적 갈망과 맞닿아 있다. 특히 서구권이 달을 정복의 대상이나 이성적 탐구의 산물로 바라보는 것과 달리, 동아시아는 왜 이토록 달을 마음의 고향이자 영감의 원천으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전쟁 신호를 읽는 가장 이상한 방법, 피자 주문량”
[그래픽 뉴스] 트럼프의 ‘타코 한 입’에 흔들린 시장의 비밀
[그래픽 뉴스] 청년정책 5년 계획, 무엇이 달라지나?
[카드뉴스] KT&G, ‘CDP’ 기후변화·수자원 관리 부문 우수기업 선정
[그래픽 뉴스] “AI가 소프트웨어를 무너뜨린다? 사스포칼립스의 진실”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