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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산 버블의 붕괴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김성민 교수(전.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smkim54@gmail.com

기사입력 : 2025-09-29 06:00

일본 자산 버블의 붕괴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일본의 자산 버블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팽창했는가는 같은 시기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 명확히 확인될 수 있다. 1989년 말 당시 미국의 GDP 규모는 일본의 약 두 배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전체 주식의 시가총액은 오히려 미국의 두 배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과열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국토 면적은 미국의 5%에 불과하고 그중 약 75%가 산악지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부동산의 총가치는 미국의 두 배 수준에 이르렀다. 더욱이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이 미국의 60~70% 수준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토지가격은 일본이 미국보다 약 4배 정도 높았다.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버블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버블 붕괴 시점이 정확히 언제이었는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자산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 닛케이 225 지수는 1989년 말 32,817 엔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주가 하락에 이어 부동산 가격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일본부동산연구소의 토지가격지수는 1991년 9월에 그리고 국토교통성이 발표하는 공시지가는 1991년 1월에 각각 최고점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한 시점은 자산가격 버블이 이미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 1989년 4월과 5월이었다. 일본 정부는 1989년 4월 3%의 소비세를 도입하며 재정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일본은행은 자산가격 급등과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같은 해 5월 기준금리를 2.5%에서 3.25%로 인상하며 통화 긴축에 착수했다. 이 조치로 장기간 유지되어 온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종결되었다. 이어 일본은행은 1989년 10월 3.75%, 12월 4.25%, 다시 같은 해 12월 말 5.25%로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하였다.

통화 및 재정정책이 긴축 기조로 전환되었으나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자산 버블을 단기간에 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산 버블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붕괴로 이끈 결정적 요인은 오히려 재무성의 행정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도쿄대학 요시미 슌야는 1989년 12월 26일 재무성 증권국장 명의로 내려진 『증권회사 영업자세의 적정화 및 증권사고 미연 방지에 대해』라는 직무명령 성격의 ‘통달’과, 1990년 3월 27일 재무성 은행국장 명의의 『토지 관련 융자의 억제에 대해』라는 ‘통달’이 자산 버블 억제에 결정타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전자의 조치는 증권회사들의 과열된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어 버블 국면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그 여파는 1997년 11월 야마이치 증권 파산으로까지 이어졌다. 후자의 조치는 부동산 매매 관련 은행 대출을 재검토하도록 지도함으로써 지가 버블을 본격적으로 꺼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버블 기간 동안 증권사들은 거액 법인고객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니기리’ 관행이 널리 퍼졌다. 이러한 관행은 주식시장 침체 시 증권사에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킬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증권국은 직무명령으로 ‘니기리’를 금지하였으나 조치가 시행된 시점은 이미 주가 버블이 정점에 근접한 국면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한편 은행국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의 부동산 대출 증가율을 총대출 증가율 이하로 제한하는 직무명령을 발령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투기 억제라는 점에서 정책적 타당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1990년 4월 일본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속된 지가 급등에 대응하여 부동산 투기 억제와 토지 가격 안정을 목표로 한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다.

우선 금융기관 규제를 강화하여 부동산 관련 대출 총액을 제한하고 비업무용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였으며 재무성이 제시한 지침에 따라 은행들의 자산 총액은 1989년 508조 엔에서 1990년 491조 엔으로 감소하는 등 자산 증가가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토지 보유세와 취득세의 과세 표준을 현실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보유한 개인 및 법인에 대해서는 지가세(land price tax)를 신설하였으며 취득세율도 인상하였다.

이 밖에도 토지 거래 신고 의무를 강화하고 지자체 허가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규제 조치가 병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은 시행 시점이 이미 버블 붕괴 국면으로의 진입 조짐이 나타난 이후였던 만큼 결과적으로 버블 붕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1990년 새해가 시작되자 전년 말의 고평가된 주가 부담에 더해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과 재무성의 행정조치의 효과가 가세하면서 주식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그 결과 주가가 하락하고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전형적인 버블 붕괴 양상이 전개되었다. 일본의 주가는 1989년 말 최고점을 기록한 뒤 1990년 한 해 동안에만 무려 40% 정도 하락하였다.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1991년을 기점으로 활력을 잃기 시작했으며 주요 대도시의 상업용 및 주거용 토지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1992년 이후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되어 도쿄의 경우 1991년 정점을 기준으로 2000년까지 상업지 평균 지가가 약 76% 하락하였다. 오사카와 나고야는 도쿄보다 다소 늦게 하락세에 접어들었으나 1992년 이후 본격적인 하락 국면으로 진입하여 2000년까지 각각 79%, 69%의 평균 지가 하락률을 기록하였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은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하락 폭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지가 하락은 대체로 주가에 비해 완만하게 진행되었는데 이는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가 장기 대출에 기반했으며 투자자들이 가격 회복을 기대하며 매각을 서두르지 않았던 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닛케이 225 지수와 6대 도시 지가지수 추이: 1985~2010

▲닛케이 225 지수와 6대 도시 지가지수 추이: 1985~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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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산 기격 버블 붕괴의 촉발 요인으로 재무성의 행정조치와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버블은 본질적으로 언젠가는 붕괴될 수밖에 없었으며 만약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버블은 더욱 확대되었을 것이고 그 붕괴가 초래한 경제적 충격은 한층 더 심각했을 것이다.

재정·통화 정책이 동시에 긴축 기조로 전환되는 가운데 자산 가격 버블이 붕괴하자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충격을 입었다. 자산가격 하락은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어 주가는 1989년 정점 대비 3년 동안 약 60% 하락했고 지가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식·부동산 가격의 급락이 경기 둔화와 맞물리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재무 건전성은 크게 훼손되었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들의 재무 건전성 악화는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첫 번째로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절반 이하로 하락하면서 이들뿐만 아니라 여타 기업에 대한 대출의 건전성도 악화되었다. 또한 개인과 기업 차입자들이 자산 손실로 원리금 상환 능력을 상실하면서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하였다.

두 번째로 은행들의 대출 담보 가치가 크게 훼손되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출의 담보 가치가 원금을 하회하게 되었고 이는 은행의 회수 가능액을 축소시켰다. 당시 대부분의 은행 대출이 부동산 담보 대출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실 대출 증가로 인한 부동산 매물 확대가 다시 가격 하락을 유발하고 이는 다른 차입자의 담보 가치까지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발생하였다. 1990년대 초반의 부동산 가격 급락은 은행의 부실대출 규모를 급격히 확대시켰으며 개발업체와 건설사의 도산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연쇄 손실이 가중되었다.

이러한 손실은 버블 붕괴 이전부터 저수익 구조에 직면해 있던 은행들에 치명적인 충격을 가하게 되었다. 부실 대출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은행들의 예금과 대출 간 금리차인 순이자마진은 평균 1.2%에 불과했다. 이는 대출업무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은행들이 구조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동시에 이들이 손실 발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시사한다.

세 번째로 은행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 하락은 은행의 자기자본 기반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1990년 이후 주가 하락으로 인해 보유 주식에서 발생하던 미실현 자본이익이 줄어들면서 다수 은행의 보완자본이 급감하였고 그 결과 은행의 자기자본 기반은 취약해졌다. 자기자본 감소는 대출 여력을 제한함과 동시에 은행들이 고위험 자산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아울러 주가 상승기에는 보유 주식을 매각해 장부가와 시가의 차액을 실현이익으로 처리함으로써 손실을 상쇄할 수 있었으나 주가 하락기에는 이러한 방식이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환경은 은행들이 손실 발생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네 번째로 경제성장 둔화는 차입자의 원리금 상환 능력을 약화시켰다. 불황으로 인한 기업 도산에 더해 대출기업의 담보 가치 하락으로 손실이 누적되면서 부실대출이 급증하였고 이로 인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BIS 자기자본비율을 밑돌거나 자본금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은행들은 사실상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인식 속에서 부실대출을 연장하거나 고위험·고수익 분야에 대출을 확대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는 지불 능력을 회복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소위 ‘부활을 위한 도박(gamble on resurrection)’이라 불리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거의 모든 은행에서 막대한 대출 손실과 대차대조표의 훼손이 누적되면서 은행들은 일상적인 신용 창출 기능을 수행할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은행 위기는 일본의 장기 불황을 초래한 원인이자 동시에 그 결과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1989년부터 일본의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계속 강등시키게 된다. 이러한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1992년부터는 다수의 은행들의 차입 비용이 이들의 차입자들보다 높아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기업에 대한 국내 및 유로 채권시장 차입 규제의 완화에 따른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증가가 가세되면서 은행들의 영업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기업부문의 총자금 조달에서 채권 발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4년의 3.6%에서 1991년에는 24.5%로 상승했다.

한편 기업들의 경우 자산 버블 시에 경기 활황에 따른 현금흐름의 호조, 주가 및 보유 부동산 가격의 급상승 등에 따라 과대 포장되었던 재무상태는 버블 붕괴 이후 빠른 속도로 거품이 걷히게 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의 대차대조표 상 자산은 줄어드는 반면 부채는 그대로 남아 있다. 즉 부채가 고정된 상태에서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여 기업의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대차대조표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기업의 경우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는 것은 그 기업이 사실상 파산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2년 6월 미 연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가계의 대차대조표 악화가 가계 지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자산 가격 버블 붕괴는 기업들의 대차대조표를 심각하게 훼손하여 차입과 투자 지출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1990년 이후 일본의 많은 기업들의 경우 본업의 경쟁력은 건재했지만 기업의 대차대조표의 훼손이 심해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노무라 연구소의 리차드 쿠(Richard Koo)에 따르면 이러한 기업들의 경우 기업의 대차대조표 훼손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그 기업의 신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은밀하고 신속하게 부채를 상환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후 이어지는 디레버리징 과정에서는 기업의 부채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인식되고 내부 자금으로는 투자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도한 부채를 지닌 유동성 부족 기업일수록 새로운 투자 기회를 포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 주식시장의 침체는 기업이 투자자금을 주식 발행을 통해서 조달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주식과 토지의 가격 하락은 기업의 추가 대출에 필요한 담보 가치를 하락시키게 되면서 외부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어 기업의 투자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버블 정점을 전후한 일본 기업부문의 부채비율 추이: 1980~2000

▲버블 정점을 전후한 일본 기업부문의 부채비율 추이: 198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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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1980년대 후반기에 일본 경제는 버블이 발생하면서 지속이 불가능한 신용 팽창과 경기 호황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버블 기간 중 상승작용을 했던 자산 가격과 경제활동 간의 긍정적 피드백 효과는 버블이 붕괴되자 급속도로 부정적 피드백으로 반전되면서 악순환 고리가 발생했다.

버블 기간 동안 미래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기반으로 축적되었던 생산시설, 고용 및 부채 등 3가지의 과잉상태가 조정되는 과정에 돌입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지출의 급격한 위축은 성장의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버블 기간 중 지나친 낙관론을 바탕으로 활황을 보였던 기업의 설비투자도 버블이 가라앉자 저수익 자산으로 전락하면서 극도로 위축되었으며 견조했던 소비 지출도 자산 가격의 폭락에 따라 자산효과가 마이너스로 역전되면서 줄어들었다. 더욱이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를 더욱 위축시켰고 이는 자산 가격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는 버블 붕괴 이후에도 많은 정책당국자와 학자들이 일본 경제의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본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하였다. 특히 정책당국은 은행의 부실자산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1992년 5월 26일자 Financial Times가 일본 은행들의 부실대출 규모를 42~53조 엔으로 보도하자 이를 지나치게 과장된 수치라며 일축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의 공식 추정치는 약 70조 엔에 이르렀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잠재적 부실자산까지 포함할 경우 그 규모가 150조 엔에 달한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김성민 교수(전.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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