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김의석의 단상] 생산적 금융, 데자뷔인가 체인저인가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9-27 05:00

CET1·RWA 완화로 혁신기업 투자·대출 확대 유도
패러다임 전환 vs 관치 리스크, 금융 변화 시험대
구호에서 성과로… 신뢰와 예측 가능한 출구 관건

[김의석의 단상] 생산적 금융, 데자뷔인가 체인저인가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한국 금융시장이 다시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화두로 던지면서다. 예대마진과 부동산 대출에 의존해 온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자금을 혁신기업과 미래 전략산업으로 돌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미 첫 단추를 꿰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CET1(보통주자본비율)과 RWA(위험가중자산) 부담을 완화해 투자·대출 여력을 넓혔다. 부동산 대출은 조이고, 기업 대출에는 인센티브를 줘 자본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시도다. 단순 규제 조정이 아니라 자원 배분 방식을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다.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2019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명목 GDP 대비 비중은 2019년 57.2%에서 2024년 65.7%로, 원화대출금 대비 비중은 같은 기간 68.0%에서 69.6%로 늘었다.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2019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명목 GDP 대비 비중은 2019년 57.2%에서 2024년 65.7%로, 원화대출금 대비 비중은 같은 기간 68.0%에서 69.6%로 늘었다.

이미지 확대보기
그러나 이번 시도가 과거처럼 ‘데자뷔’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체인저’가 될지는 미지수다. 규칙을 고치는 건 정부 몫이지만, 행동을 바꾸는 건 금융권과 현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관치 리스크’와 ‘현장의 관성’이다. 국민성장펀드 등 전략산업 투자 구상은 긍정적이지만, 뉴딜펀드처럼 절차와 책임 구조가 허술하면 신뢰를 잃는다. 정책 자금이 민간을 끌어내는 마중물이 아니라 ‘정부 의존형 펀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정부는 총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AI 분야에 100조 원을 집중 투자하고 비(非)AI 벤처 스타트업에도 별도 자금을 배정한다. 이러한 벤처 투자는 모태펀드와 민간 벤처금융을 결합하여 진행되며, 제도 개선과 수요 유발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이 구상의 핵심이다.

정부는 총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AI 분야에 100조 원을 집중 투자하고 비(非)AI 벤처 스타트업에도 별도 자금을 배정한다. 이러한 벤처 투자는 모태펀드와 민간 벤처금융을 결합하여 진행되며, 제도 개선과 수요 유발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이 구상의 핵심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금융권도 양면 압력에 놓였다. 주주가치 제고와 생산적 금융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CET1 규제 완화는 주주·당국·사회의 요구가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체질 개선 없이 단기 순응에 머문다면 변화는 껍데기에 그칠 수 있다.

현장의 현실은 더 냉정하다. 심사역들은 “규제가 완화돼도 책임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모험은 어렵다”고 말한다. 실패 부담이 개인에게 집중되고, 감독당국이 ‘위험을 져라’와 ‘왜 그랬느냐’를 동시에 요구하는 구조에서는 ‘안전한 선택’만 남는다. 평가·보상 체계와 책임 문화까지 바뀌어야 현장이 움직인다.
따라서 성패의 열쇠는 ‘신뢰’다. 제도는 일관성을 지켜야 하고, 금융사는 장기 비전을 갖고 투자해야 하며, 당국은 실패를 감내할 제도적 울타리를 마련해야 한다. 신뢰 없는 제도는 실적 채우기에 불과하다.

금융의 역할 재정립도 필요하다. 저출생·고령화·기후위기 같은 구조적 과제 앞에서 단순 대출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이 은행법 개정으로 벤처·지역재생 참여를 허용했듯, 한국 금융도 사회 변화에 맞는 새 틀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구축 3단계 전략’은 포용 금융과 가계부채 관리를 기반으로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벤처 자금 공급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구축 3단계 전략’은 포용 금융과 가계부채 관리를 기반으로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벤처 자금 공급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

해외 사례도 분명한 교훈을 준다. 싱가포르 테마섹은 전통 산업 수익을 미래 산업에 재투자하며 정치적 간섭을 차단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손실이 나더라도 원칙대로 운용해 신뢰를 쌓았다. 세계적 기업들도 초기 실패를 버틸 시간과 제도적 보호가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생산적 금융’이 체인저가 되려면 단기 성과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민간과 정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을 움직이는 인센티브, 실패를 감내하는 제도, 예측 가능한 출구를 제공할 때 자본은 혁신으로 흐를 것이다.

부동산과 이자마진에 기댄 금융 모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금융권 스스로의 장기 비전과 사회적 역할 재정립이 절실하다.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임시방편에서 근본 수술로: 1.8조 엔에서 7.5조 엔으로 가는 길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1998년 3월 공적자금을 동원해 단행한 1조 8,000억 엔 규모의 1차 은행 자본 투입은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잠시 늦추는 응급조치에 불과했다. 은행별 부실 규모를 따지지 않은 균등 배분식 자본 확충은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고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기존 여신을 회수하면서 오히려 극심한 신용경색과 경기 침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했다.소규모 자본 확충이라는 임시방편으로는 금융 시스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싼 교훈을 얻은 셈이다. 결국 이 실패는 기존 미봉책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고 이듬해인 1999년 정부가 7조 5,000억 엔 규모의 대대적인 2차 자본 확충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라는 근본 수술을 단행하는 2 '집적의 힘'이 만드는 국력...대만 AI 클러스터에서 찾는 한국의 미래 최근 대만 경제가 15년 만에 최고 수준인 8.6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AI 산업의 심장부로 부상했다. 이 놀라운 성취는 우연이 아니다. 대만은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첨단산업을 한데 모으는 정교한 '클러스터 전략'을 실행해 왔다. 대만이 보여준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의 문제를 넘어, 국가가 미래 산업을 어떻게 공간적으로 배치하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우리에게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한국 경제가 향후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대만 AI 클러스터의 성공 방정식:파운드리 중심 ‘완성형 생태계’대만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물리적·기술 3 40代의 고민, 존재 가치 [홍석환의 커리어 멘토링] 나는 아직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가?40대 후반 직장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나는 아직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가?”“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20~30대에는 승진과 성과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40대 후반이 되면 관심의 방향이 달라진다. 회사에서의 존재 가치와 남은 직장 생활, 그리고 노후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한 대기업 부장의 이야기다. 그는 입사 후 25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다. 실무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어느 날 회의실에서 자신의 의견보다 젊은 팀장의 의견이 더 많이 채택되는 모습을 보며 불안해졌다. "내가 경험이 더 많은데 왜 내 역할이 줄어드는 것 같지?"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이 회사에 꼭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그래픽 뉴스] “전쟁 신호를 읽는 가장 이상한 방법, 피자 주문량”
[그래픽 뉴스] 트럼프의 ‘타코 한 입’에 흔들린 시장의 비밀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