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제공=LS
LS는 전날 자사주 100만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1일 50만주를 소각하고, 2026년 1분기까지 나머지 50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LS가 보유한 자사주는 총 585만2462주로, 이는 총 발행주식의 15.1%를 차지한다. 이중 100만주는 3.1%에 해당한다.
LS 관계자는 "상법 개정 진행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100만주 외) 나머지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S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결국 호반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니냐'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LS그룹은 호반그룹과 지분 경쟁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다. 호반그룹은 지난 3월 LS 지분을 2% 넘게 매입했다. 아직 3%를 넘지 않았지만 이후 지분 3% 이상 확보 시 장부 열람 청구권과 이사의 위법 행위 유지 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어 LS 측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호반그룹 계열사인 대한전선과 LS전선은 대표적 라이벌 관계다. 지난 4월 LS전선은 버스덕트 기술탈취 소송에서 대한전선을 상대로 최종 승소했다. 최근 양사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국가 전력망 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LS가 이번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호반그룹 지분 매입을 어렵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통주식수가 줄면 주당순이익과 주당배당금이 상승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외부 세력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LS 주가는 이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LS 주가는 전날 대비 0.58% 감소한 17만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3일 장 개장 이후에는 약 두 시간 만에 주가가 16만7200원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 왔기 때문에, 지주사 자사주 소각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번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다만 기존 평가 SOTP 밸류에이션에서 순자산가치와 발행주식수에 자사주가 이미 반영돼 있어, 이론적으로 적정주가 변동은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앞서 LS는 지난 5월 자사주 38만7365주에 대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이는 총 발행주식의 1.2%에 해당하며, 650억 원 규모다. 해당 EB는 대한항공이 인수했다.
대한항공이 EB를 주식으로 교환하면 LS의 자사주를 취득하게 된다. 이때 대한항공이 취득한 LS 주식에 의결권이 부여돼, 향후 표 대결에서 LS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