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2021년부터 정육, 과일, 채소, 라면, 생필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 이츠마트 서비스를 오는 28일 종료한다. 이츠마트는 서울 송파구에서 시작해 서초, 강남, 강동구까지 확대했으나 2023년 9월부터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만으로 다시 축소 운영하다가 약 2년 만에 결국 서비스를 접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츠마트 서비스 종료가 퀵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비스 개편 차원이라 보고 있다. 최근 다양한 유통업체들이 배민과 네이버 등에 입점하며 퀵커머스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쿠팡이츠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쇼핑과 마트로 분산됐던 카테고리를 ‘쇼핑’에 집중, 퀵커머스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일각에선 이츠마트에 대한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투자가 없었던 게 종료 이유가 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츠마트 사업 특성상 투자 대비 효율을 내기 어려운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매입을 기반으로 한 퀵커머스 서비스는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힘들다”며 “이츠마트 서비스는 종료하고 입점업체를 통한 퀵커머스를 운영하면 비용 효율화도 할 수 있는 만큼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츠마트와 B마트는 모두 직매입을 기반으로 하는 퀵커머스 사업이다.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한 PPC(PICK PACKING CENTER, 도심유통센터)의 높은 임대료와 직매입에 따른 재고 등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팬데믹 당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이 뛰어들었다가 사업을 철수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특히 쿠팡이츠의 경우 모회사인 쿠팡이 전개하는 커머스 사업과 영역이 겹치면서 별다른 차별화를 꾀하지 못한 점도 서비스 종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배달에서 커머스로 확대한 배민과 달리 쿠팡이츠는 쿠팡 커머스에서 배달로 확대됐다. 쉽게 말해 배민에서는 배달도 하고 커머스도 하는 플랫폼으로 인식된다면 쿠팡이츠의 경우 쇼핑은 쿠팡에서 하고 배달은 쿠팡이츠에서 하는 플랫폼으로 인식된다는 얘기다.
또 쿠팡이츠는 후발주자로 본업인 ‘음식배달’에 치중한 탓에 이츠마트 서비스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뼈아프게 됐다.
쿠팡이츠와 달리 배민은 2018년 B마트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심 곳곳에 PPC를 열고,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현재 B마트는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울산, 대전, 천안 등 70여 개 도심형 PPC를 운영 중이다.
다만 배민에게도 B마트는 ‘모험’이었다. 비용 부담은 큰데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해서다. 하지만 B마트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달성하며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배민의 선제적이고도 꾸준한 투자가 이뤄진 덕이다.
쿠팡이츠는 올해 비용 부담이 큰 이츠마트 대신 ‘쇼핑’ 카테고리를 활용한 퀵커머스 사업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1분기부터 꽃, 펫, 문구, 과일, 정육 등 다양한 카테고리 상품을 취급하는 매장들을 입점시켜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쇼핑’ 카테고리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는 배민과 네이버처럼 쿠팡이츠 ‘쇼핑’에도 이마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 편의점 등의 입점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 퀵커머스 시장에선 배민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쿠팡이츠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입점업체 확대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퀵커머스도 배달과 마찬가지로 입첨업체가 많은 게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만큼 공격적인 서비스 확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쿠팡이츠의 모회사인 쿠팡의 영향으로 대형 유통채널 입점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유통채널이 쿠팡에 시장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 쿠팡이츠에 입점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쿠팡이츠의 ‘쇼핑’ 서비스는 강남구와 서초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 이용이 가능한 상태로, 항후 적용 지역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