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원참치 캔 제품들.
21일 동원그룹에 따르면, 동원산업과 동원F&B는 최근 포괄적 주식 교환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접수를 종료했다. 접수 기간은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일까지로, 동원산업 865주(3083만1195원)와 동원F&B 517주(1676만4840원)로 집계됐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동원산업은 주당 3만5643원에, 동원F&B는 3만2490원에 청구 가액을 매겼다.
앞서 동원산업은 지난 4월 14일 이사회를 열고, 동원F&B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 체결을 의결했다. 동원산업은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동원F&B 주주에 1(동원산업)대 0.9150232(동원F&B)의 교환 비율로 지급하기로 했다. 주식 교환이 마무리되면 동원F&B는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들어간다. 동원F&B의 주식 거래는 이달 30일까지 정지됐으며, 31일 상장 폐지된다.
동원F&B과의 포괄적 주식 교환 소식이 전해진 이후 동원산업 주가는 52주 최고가를 달성하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사회 결의 다음 날인 4월 15일 동원산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83% 오르며 3만99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접수가 종료된 다음 날인 7월 2일에는 5만270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다시 썼다.
동원F&B는 동원그룹 대표 식품 계열사다. 참치 통조림부터 샘물, 김, 김치, 죽, 밀키트(HMR), 우유, 햄, 소스, 식용유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식품 제조 외에도 식자재 유통, 급식, 사료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동원F&B의 지난해 매출은 4조4836억 원(연결 기준)으로, 동원그룹 전체 매출(8조9442억 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매출 규모로는 CJ제일제당에 이은 식품업계 2위 기업이다.
다만, 동원F&B는 내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지난해 동원F&B의 수출액은 973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98%가 모두 국내에서 나오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경기가 저성장에 허덕이는 가운데 소비심리마저 둔화하고 있다. 식품업계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면이다.
이는 동원그룹 실적에서도 두드러진다. 동원그룹 매출의 절반이 동원F&B 몫인 만큼 식품사업의 성장 없이는 그룹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동원그룹은 지난 2022년 매출 9조263억 원을 달성한 후 2023년 8조9486억 원, 2024년 8조9442억 원으로 최근 3년간 감소세를 나타냈다. 동원그룹으로서는 동원F&B를 주춧돌 삼아 해외 공략에 집중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와 대상의 종가, 오리온 초코파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그리고 농심의 신라면 등은 K-푸드 열기와 함께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단일 브랜드로만 수출액 1000억 원을 넘겼다.
그러나 동원F&B는 브랜드 전체 수출액이 1000억 원을 넘기지 못한 상태다.
동원산업이 동원F&B를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는 데에는 이러한 절박함이 깔려있다. 그룹 성장이 정체된 요인을 글로벌 식품사업으로 보고, 식품 계열사들을 지주사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동원산업은 동원F&B과 동원홈푸드, 스타키스트(Starkist), 스카사(S.C.A SA) 등을 하나로 모아 ‘글로벌 식품 디비전(division)’으로 꾸린다는 계획이다.
우선 동원산업이 지난 2008년 인수한 미국 최대 참치 통조림 회사 스타키스트의 유통망을 활용한다. 스타키스트는 지난해 미국 시장점유율이 46%에 이르며, 압도적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의 유통망으로 북미는 물론 중남미 지역까지 판로를 넓힌다. 또한, 2011년 인수한 세네갈의 참치 통조림 회사 스카사와도 협업을 추진한다. 동원그룹은 스카사의 유통망을 통해 중동과 유럽 지역까지 겨누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동원산업은 식품사업에서 생산과 구매, 마케팅, 영업 등의 부서를 통합 관리한다.
또 해양수산과 글로벌 물류, 패키징·소재로 나뉘었던 동원그룹 3대 핵심축에 글로벌 식품을 추가해 4대 핵심축으로 운영한다. ‘
글로벌 식품 디비전’이라는 글로벌 식품사업 전담조직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식품 계열사 간 신속한 의사결정과 전략적 일관성, 효율적 자원 배분을 이뤄내려는 것이다.
동원산업은 식품 계열사 간 별개로 운영되던 연구개발(R&D) 센터도 합친다. 동원F&B의 식품과학연구원과 식품안전센터, 동원홈푸드의 식품연구소, 스타키스트의 QA팀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는 한국R&D센터가, 해외는 글로벌R&D센터가 맡는 이원화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동원그룹은 오는 2030년 매출액 16조를 목표로 잡고, 글로벌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동원그룹은 지난 1969년 원양어선 선장 출신인 김재철닫기

아버지 김재철 명예회장이 참치로 그룹의 기반을 다졌다면 아들 김남정닫기

이에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동원F&B의 빠른 성장을 위해 M&A에 다시 한번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원F&B로는 자금력이 부족했던 만큼 글로벌 강화를 위해서라면 동원산업이 직접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동원산업은 지난 2023년부터 HMM과 한국맥도날드 등 국내 유명기업 인수전에서 인수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돼왔다.
동원그룹 측은 “식품 계열사의 재편을 통해 해외사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그룹 차원에서 제2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적극 투자하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