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이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권 사업 재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11일 아모레퍼시픽 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5조5801억원 연매출 최고 실적을 달성한 후 2022년 4조1349억원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9년 4278억원에서 지난해 2142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 기간 국내 면세점이 부진해지면서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했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조치로 경기 불황에 빠지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구체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국내 매출이 전년(3조757억원)보다 16% 하락한 2조5813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들의 단체여행이 막히면서 국내 면세점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발목을 잡았다. 올해 1분기도 국내 매출이 25%, 2분기도 12% 떨어지는 등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해외 매출도 전년(1조8023억원)보다 17% 줄은 1조4935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에서 아시아 비중은 24%가량 차지한다. 그중 중국은 전체 아시아 시장에서 60%를 갖는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해외 실적을 끌어내린 이유다. 다만, 북미와 유럽에서 매출이 각각 83%, 37% 성장하는 등 신흥 시장 개척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올 1분기에도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매출이 17%나 떨어졌다. 그러나 2분기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2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2920억원) 대비 27% 급성장한 3723억원을 기록해서다. 특히 아시아에서 전년(2501억원)보다 14% 오른 2852억원을 기록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또한, 아시아권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50% 중반대로 낮춘 점도 눈길을 끈다. 아모레퍼시픽이 일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수출 다변화를 꾀한 것이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으로, 일본 시장에 첫발을 뗐다. 그러나 일본 정통 브랜드와 경쟁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2014년 철수했다. 이후 2018년 이니스프리를 시작으로, 일본 시장 재수에 나섰다. 손예진 주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대박이 나면서 K뷰티에 대한 관심도 함께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이니스프리 외 에뛰드, 라네즈, 에스쁘아, 헤라, 에스트라를 일본 내 론칭했다. 코로나 기간 중국에서 에뛰드와 아이오페 오프라인 매장을 전면 철수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일본 뷰티 시장에서 ‘새로움’과 ‘혁신성’에 대한 니즈가 부상하면서 K뷰티는 일본 시장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선보이는 ‘트랜드 세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혁신적인 상품과 다각적인 채널로 일본 뷰티 시장에서 빠른 변화를 선도하겠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7월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앳코스메 도쿄’에서 대형 행사를 개최하는 등 현지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일본은 세계 3위 규모의 뷰티 선진국으로,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브랜드로 일본 시장 공략에 계속해서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5298억3500만달러로,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그 규모만 329억5300만달러(약42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일본향 화장품 수출도 2017년 1억9000만달러에서 2020년 4억7778만 달러, 2021년 5억8452만달러로 급증하는 등 일본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헤라는 8월 31일부터 일본 도쿄 시부야의 대형쇼핑몰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창립 78주년을 맞아 중국 시장을 향한 재도전을 언급했다.
서 회장은 기념사에서 “북미, 유럽 등 잠재력과 성장성이 높은 신규 시장과 많은 사랑을 받는 아시아 시장에서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라며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 또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