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데스크칼럼] 중대재해법 한달…‘안전’은 선택이 아니다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3-03 09:30

▲사진: 권혁기 건설부동산부 부장

▲사진: 권혁기 건설부동산부 부장

올해 1월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그 사이에만 건설과 제조업 등 사업장에서 40여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법률 1554건 중 ‘처벌’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20개 법률 중 하나다. 이름부터 중대재해 예방보다는 책임과 처벌에 중점을 뒀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예방을 위해 불가피하게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공공기관의 감독과 감시보다 시공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건설업계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약속’이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 계약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공사기한(공기)을 맞추는 것이다.

한국에서 ‘약속’은 어떤 의미일까? 윤태호 작가가 그린 인기 웹툰 ‘미생’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웹툰 '미생' 한 장면.

웹툰 '미생' 한 장면.

주인공 장그래는 ‘요르단 중고차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사업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요르단 대사관을 찾는다. 거기서 요르단 대사를 만나게 되고, 그 대사는 장그래에게 “80년대에 한국이 주택은행 건물을 크게 지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습니다. 훈련이 잘 돼 있고 기일을 철저히 지키고 정직해서죠”라고 말한다.

만화에서 언급된 것처럼 한국 건설업계는 세계에서도 알아준다. 그러나 ‘기일을 철저히 지키고’라는 부분에서 최근 발생한 건설업계 중대재해가 떠오르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화정동 사고는 인재(人災)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사고 요인 중에는 공기를 맞추기 위한 무리한 공사 진행 등이 꼽힌다.

시공사 측은 공기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단축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한파주의보 속에서도 공사가 강행됐다는 제보와 민원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공기지연 문제는 건설업계에서 빠질 수 없는 이슈다. 건설사들은 프로젝트 완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공기지연이 발생하면 지체상금(遲滯償金·계약상대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의 의무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하고 지체한 때에는 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성격으로 징수하는 금액)을 물어야 할 수 있다. 보통 공사기간을 초과하면 1일 단위로 계산해 공사대금에서 감액하게 된다.

지체상금을 회피하거나 공기지연과 관련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러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추가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공기지연을 꺼려할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건설 등 공공기관과 계약에서도 지체상금이 발생할 수 있지만 민간보다 좀 더 유연한 편이다. 실례로 지난 2014년 기록적인 폭설로 영동지역 공공건설공사에 대한 공기연장이 신청됐고, 이를 수용하면서 지체상금 등 각종 페널티도 면제됐다.

관급공사는 5/10000을 지체상금요율로 정하고 있다. 민간공사는 표준도급계약서에 따라 1/1000을 요율로 하는데 체결한 계약의 특수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민간공사는 관급공사보다 지체상금요율이 크지만 발주자에게 우월적 지위가 있어 시공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편이다. 또 공기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외에도 손해를 배상청구할 수 있어 이는 무리한 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원도급사와 하청업체 사이에도 지체상금이 있어 일선 현장에서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약속’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 건설사들이 약속을 잘 지켜왔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각종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계약에 따른 공사 기한을 맞추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약속’ 때문에 ‘안전’이 선택사항이 돼서는 안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업계 내외부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체상금요율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 무리한 공사 진행은 총체적인 부실공사를 강요할 수 있다는 점을 발주자도 인식해야 한다. 이는 큰 사고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발주자와 시공사 모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서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양보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을 둘러싼 진단 전쟁: 2001년 디플레이션 선언을 계기로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2001년 3월 16일 일본 정부는 마침내 일본 경제가 ‘완만한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다고 공식 선언했다. 버블이 붕괴한 지 10년이 지난 뒤였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은행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와중에도 일시적으로 경기가 반등하는 양상이 나타났는데 일본 정부는 이를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1999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경기 역시 좀처럼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이처럼 불황이 장기화되자 일본 정부도 결국 장기간의 침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디플레이션을 진단하는 것과 그 원인을 설명하는 2 중대범죄수사청이 이끄는 금융 수사 패러다임의 전환 2026년 10월 2일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1949년 시작된 검찰청은 77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던 검찰청은 폐지되고,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은 공소청이 담당하며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사법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중수청 시대의 개막에 따라 금융 사건 수사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전국 단위 금융수사 체계로…관할 확대·방어권 개선먼저, 중수청의 도입은 금융 범죄 관할의 확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를 토지관할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금융 사건의 3 ‘롤러코스피’에 휘둘리지 않는 비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오르자 반도체 ETF에 올라탄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삼전닉스’가 코스피를 끌어올리며 9000선을 돌파하던 때만 해도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하지만 시장은 순식간에 방향을 바꿨다. 코스피는 9000선을 넘어선 뒤 5000대까지 밀렸고, 다시 7000선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또다시 시장 방향을 고민해야 했다.올해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밀어올린 반면, 미국 금리와 국제유가, 전쟁 등 대외 변수에 따라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기도 했다.실제로 코스피가 8000선에서 9000선으로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순대’가 경제용어라고? 순(純)대외자산, 한국의 진짜 해외자산은 얼마일까?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