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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상한 20%로 가는 길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7-08-14 01:15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한재준 교수

최고금리 상한 20%로 가는 길
[한국금융신문] 급격한 금리 인하 정책 신중한 접근 필요

저신용자 불법사채 내몰려 등 부작용 우려

정부가 최고금리 상한을 24%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대부업법에 금리 상한을 20%로 제한하려는 법안도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금리 상한 인하는 서민의 금리부담 경감이 목적이지만, 취약계층의 대출문턱을 높이고 대부업권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음지의 불법대부행위를 양지로 끌어내어 관리하겠다는 2002년 대부업법의 제정 취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인하의 폭과 시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최고금리 인하 경험을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다중채무자와 불법채권추심 문제로 비난 여론이 들끓자 2006년 최고금리를 20%로 낮추었다. 이자수취가 금지된 이슬람권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2017년 현재 금리상한선을 올리자는 주장이 여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불법사채시장이 커졌고, 중소자영업자의 단기자금 거래수요를 부인하기 어렵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긴급 경영자금 100만엔을 2주일간 크라우딩펀딩으로 빌릴 경우 수수료 1만엔이 청구되는데,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6%의 금리여서 불법중개가 되는 문제가 있다. 가격변수에 대한 정부의 과다 개입이 초래한 문제이다. 단기 소액대출이라도 심사와 자금조달 비용 때문에 수수료 청구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금리는 가격변수여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에 약탈적 대출 방지 목적으로 금리 상한선이 요구되기도 한다. 문제는 상한선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자금이 과소 공급되거나 불법대부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잠깐 금리와 상품가격 결정상의 차이를 살펴보자. 상품가격은 제조원가에 판관비와 마진을 더해 정해진다.

반면에 금리는 제조원가인 자금조달비용 이외에도 차입자의 원리금회수 가능성 지표인 연체율(업계평균 10%)을 더해 결정된다. 연체율과 원리금회수 가능성은 서로 반비례하는데, 원리금회수 가능성이 낮아 저신용자로 분류될 경우 예상 연체율이 높기 때문에 금리가 높게 산정된다. 반대로 주택담보대출처럼 담보물이 있거나 보증대출인 경우 대출금리가 낮게 산정되거나 승인율이 높아진다. 낮은 금리 수준에서 무담보 신용대출 승인율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최고금리가 3~4년내 20%로 하락된다면 대부업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정책에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먼저 장밋빛 시나리오부터 살펴보자. 낮아진 금리에서도 여전히 차입이 가능한 사람들의 이자비용은 줄 것이다. 반면에 이들에게 고금리를 부과했던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등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다. 생존을 위해 업무효율화와 신수익원 발굴에 나설 것이고 이것은 생산성 향상, 금융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현재 상한(27.9%)에서 대출이 겨우 승인되었던 취약계층의 신용대출 창구는 막힐 것이다. 애초부터 상환능력이 없는 이를 상대로 장사를 했었기 때문에 차제에 근절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이들도 병원비나 긴급한 사업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이것은 재정으로 지원하면 된다. 예산이 들지만 복지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

다음은 잿빛 시나리오이다. 영세 대부업체의 대규모 퇴출이다. 지난해 상한금리 인하(7%pt) 여파로 9,000여개 등록 대부업체중 상위 100개 업체는 자산규모가 소폭 감소되는데 그쳤지만, 그 외에 모든 업체들은 대출잔액이 대폭 축소됐다. 폐업도 늘었고 대부거래자 숫자도 줄었다. 여기에서 추가로 인하한다면 임계치를 넘어서기 때문에 대부업계는 물론 저축은행권까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금리 상한이 20%로 변경된 뒤, 대형대부업체 몇 개만 살아남고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폐업했다고 한다.

현재 불법대부규모는 20조엔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국도 별반 사정이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취약계층 복지재원이 충분하면 모르지만 불법거래 발생도 불가피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대부업계 구조조정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7%에 달하는 대부업계 조달금리 경감 창구를 열어줘야 할 것이다. 또한 취약계층의 긴급 자금수요 재원도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원리금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미소금융으로 지원하더라도, 없던 상환능력이 생기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상한 인하의 로드맵도 제시될 필요가 있다. 왜 20%인지? 일본이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왜 연내 24%인지?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의 상한을 일치시킨 뒤 시차를 두고 20%로 내리는 게 무난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각 금리수준별 대부업과 저축은행권 판도,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수요 분석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로드맵이 미흡하다면 법은 약탈적 대출 방지라는 최소한의 규제를 담당하고 이외의 영역은 금융감독당국이 시장상황을 반영하여 탄력적으로 규제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저금리이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금리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처럼 금리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법에서 업계 임계치를 고금리로 규정하고 위배시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약계층 보호가 목적이라면 금리상한선보다는 원금을 초과하는 액수의 이자 수취를 금지하는 방법도 있다. 단순히 금리상한선 인하만을 만능키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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