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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天時·地利보다 인화!’란 옛말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7-20 20:47 최종수정 : 2014-07-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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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天時·地利보다 인화!’란 옛말
문학 창작에서 직설적 비유보다 은유가 더 맛깔스럽고 때로는 견주어서 알맞은 사례로 일깨워 주는 편이 더욱 진정성 있어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70년대 대학을 다녔던 연배에게서 전해 듣기로 당시에는 설사 비공식적인 학문 토의 자리여도 입조심을 하는 건 필수였다고 한다. 비판은 풍자로 우회하는 길이 제격이었으며, 고찰과 분석은 전형적으로 닮은 꼴이면서 좀 옛날 이야기거나 지리 상 먼 나라 사례라야 속 시원한 맛을 볼 수 있었다나. 때론 이처럼 안전한 방책을 과신한 나머지 위험지대까지 슬쩍 나아가는 경우도 있어 훗날 가서야 ‘아뿔싸 내가 위험할 뻔 했구나’하는 자각이 찾아오더라는 이야기.

최근 만난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가 ‘지금 기준으로는 문제 삼을 것도 아니겠지만 당시엔 무슨 기운으로 그런 용기를 냈던지 참……’ 씁쓸한 여운 남겼던 일 또한 그러했으리라.

◇ 오직 한 길 리더십, 숱한 승리에도 대권 놓치다

어느 대기업 계열 민간 연구소 ‘누리집’에서 ‘리더십‘ 열쇠 말을 넣고 여러 글을 뒤져 보았다. 조직의 명운을 가르는데 가장 큰 결정타는 리더에게서 나오기가 십상인지라, 어떻게 하면 훌륭한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지 검토하고 분석한 글이 무척 많았다.

그래도 몇 편 째 큰 줄기를 잇고 또 잇다 보면 결국 큰 맥락은 하나의 도(道)를 향한다.

특정 효과에 얽매이는 유행 민감형 기법이 난무하지만 핵심은 열린마음으로 솔직한 반응과 열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 커뮤니케이션의 양은 많아도 적어도 문제만큼은 정확하고 간결하게 쌍방향 공감으로 막힘이 없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등.

같은 목표를 향해 일체감 있게 최선을 다하는 조직으로 발돋움 하는 비결은 대단히 신비로울 것도, 대단히 어려운 방도를 거쳐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역사를 뒤지다 보면 오직 한 길, 오직 한 방향으로만 우직하게 나아갔던 패웅(覇雄)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 인물을 꼽자면 역시 항우다. 초나라 지역 장군가 핏줄을 타고 나서 강동의 군사를 규합한 뒤 패업 나래를 폈던 항우의 리더십은 유방이 걸었던 길과 여러 면에서 비교 당하기 일쑤다.

그 중에서 타협 없이 앞만 바라보고 내달렸던 ‘오직 한 길 리더십‘은 요즘 상황에 비춰 볼 때 시사하는 바 크다. 유방은 관중 땅 입성을 먼저 하고도 항우의 군세에 눌려 일단 양보한 뒤 훗날을 꾀하는 장부의 길을 택한 반면 오만에 빠진 항우는 범증의 간언을 뿌리친 것도 모자라 유방쪽 참모가 놓은 ‘반간계(反間計)’에 덥석 물려 범증을 내친다. 훗날 사가들은 여기서 패업의 향방이 갈렸다고도 하고 이로부터 조금 더 지나 한신이라는 걸출한 명장과 다른 지역 군웅들의 합세가 가시화 된 이후부터 갈렸다고 보는 시각도 일부 있는 모양이다.

◇ 진심 어린 열정 지속가능 조직들의 공통점

아무튼 항우는 마지막 자결할 때까지 오추마를 몰며 돌진하는 그 순간 만큼은 패배를 모르는 승부사였지만 천운이 그에게 멀어져 갔고, 사마천은 항우의 핵심기반인 강동 정병이 죄다 흩어져 가는 상황 묘사로 실감을 더해 준다. 천하 제패 패업을 향해 자신을 믿고 따르는 장수들과 병사들을 이끈 채 앞만보고 달렸던 항우가 왜 실패 했던가.

그렇다고 리더십이 패업을 좌우하는 전부는 아니었다. 항우는 포로로 잡힌 적병을 너무 많이 참살함으로써 우선은 공포감을 확산시켰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뭇 백성들이 그가 패권잡기를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되기를 자초했다.

스스로 정말 그런 시를 지었는지 현장에 가 볼 수 없는 노릇이지만 ‘역발산 기개세’의 힘으로 막으면 부수고, 맞서면 쓰러뜨리는 용력 하나는 하늘이 준 것이지만 더불어 꼭 필요한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은 없었던 것이고, 결정적으로 어찌 보면 그에겐 강동에서 본격 거병했을 때 같이 나섰던 정병 말고 운명을 함께 할 핵심조직이나 대신 죽어주는 일까지 불사하며 보필할 참모 또한 변변치 않았던 것으로 지금 남은 기록에는 전한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계책을 세우고 제 아무리 당대 최강의 군대를 가진들 다수 세력이 응집해 끝없이 상대의 힘을 소모시키면서 외길로 몰아붙이는 중장기적 짜임새와 그 짜임새 이상으로 탄탄했던 정보력과 광범위한 우호세력을 만들어 낸 유방과 측근들을 당할 순 없다는 진리를 주는 사례로 보자.

◇ 금융산업의 위기 돌파할 리더십과 응집력은

춘추시대를 거쳐 전국시대에 이르면서 중국 땅은 강자가 살아 남는 역사였다. 지면 제 한 몸은 물론 숱한 사람이 한 꺼번에 목숨을 내놓고 모든 것을 승자에게 바쳐야 했던 전쟁시대는 먼 옛 일이 됐다.

오늘날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들 간의 경쟁은 고작해야 실업과 부도가 가장 비극적 결말을 뜻한다. 패한 회사 사업부문과 인력을 흡수하는 경우 또한 많아서 단순 비교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도 전쟁이 됐든 기업간 경쟁이 됐든 공통분모를 이루는 핵심요소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혹자는 공자와 맹자가 전쟁시대에는 걸맞지 않은 비실용적 철학과 정책을 제시한 것이고 그런 면에선 실패한 사상가 또는 재상(宰相) 지망가였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육식동물끼리 한정된 활동반경 안에서 생존을 걸고 다투는 것 이상의 추상적이고 반인륜적인 상황까지 무릅쓰는 인간 욕망이 극대화된 천하통일 야망의 결과는 어떠했던가. 병법을 어떻게 구사하고 군열을 어떻게 재편하는 게 좋겠냐는 물음에 공맹 모두 인과의, 예와악, 참된 왕도정치로 가는 길을 설파했다. 가령 맹자가 ‘천시가 지리만 못하고 지리가 인화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며 성곽이 튼튼하고 병기와 갑옷 또한 뛰어나고 군량 또한 넉넉하지만 군사가 흩어져 패하는 것은 인화가 없어서라고 꾸짖는 대목을 보자. 막강 연합군을 형성하고도 인화가 없다 보니 되레 당하는 숱한 사례들.

항우의 군대도 전투에는 졌어도 피폐해지도록 대책을 내놓지 않자 초나라 노래를 아는 자를 포섭해 사면에서 노래를 부르는 심리전에 최종적으로 와해되는 장면이 나온다. 연나라를 쳤다가 백성들에게 배반 당해 큰 타격을 당하는 제나라 이야기가 동반해서 나오는 맹자 활동시기에도 지속가능 정책과 리더십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땅을 빼앗아 핵심거점에 천혜의 요새를 갖추고 무시무시한 군사력으로 압도한들 불과 한 세대를 버티지 못한 진시황 일대기는 진정한 감성통합이 전제되지 않은 복종완료 프로그램의 뻔한 결말을 알려 줄 뿐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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