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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號 예보, 금융안정계정 도입해 ‘선제적’ 위기관리 박차 [예금보험공사 30주년]

김성훈 기자

voice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01 00:00

RRP 실효성 강화로 부실정리 체계 ‘고도화’
AX 전담 조직마련, 디지털자산 대응 ‘속도’

김성식號 예보, 금융안정계정 도입해 ‘선제적’ 위기관리 박차 [예금보험공사 30주년]
[한국금융신문 김성훈 기자] “위기는 사후 수습보다 사전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

6월 1일 창립 30주년을 맞은 예금보험공사의 새로운 기조는 ‘선제적 위기 대응’이다.

1996년 설립 이후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저축은행 사태 등 굵직한 금융위기마다 금융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온 예보는 최근 들어 다시 한번 체질 개선과 역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취임한 김성식 사장은 ▲금융안정계정 도입 ▲부실금융회사 정리제도 개선 ▲AX(AI 전환) ▲디지털자산 대응 체계 구축 등 다양한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예보가 기존의 사후적 예금자 보호기관을 넘어, 시스템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능동형 금융안전망 기관’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안정계정 도입 추진

예보가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과제 중 하나로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있다.

금융안정계정은 시장 불안으로 다수의 정상 금융회사가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위기 전염을 차단하는 제도다. 재정 투입 없이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예보기금 적립금과 보증료 수입 등을 재원으로 활용해 채무보증·대출 등을 지원하는 구조다.

예보는 최근의 금융위기가 과거보다 예측하기 어렵고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당시 전체 예금의 약 30%가 하루 만에 인출됐고, 영국 SVB UK 역시 전체 예금의 33%가 단기간 유출되며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금융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사후 구조조정보다 한층 능동적인 예방책으로서 금융안정계정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미국·일본·EU 등 주요국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 리스크 예방과 납세자 부담 최소화를 위해 유사한 선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금융안정계정은 국내 금융안전망 체계를 글로벌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관련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여야 의원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이며, 올해 상반기 법안소위에 세 차례 상정되는 등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부실정리 체계 전면 고도화

금융사 부실정리 체계 고도화 역시 올해 주요 추진 과제로 꼽힌다.

기존에는 개별 금융회사 부실이 현실화한 이후 대응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시스템 리스크 확산 이전에 조기 개입해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금융사 자체 정상화 계획 지원과 부실정리계획(RRP) 제도의 실효성 강화다. RRP는 금융회사가 위기에 대비해 자체 정상화 계획을 수립하고, 예보가 부실정리계획을 마련하는 제도다.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한다. RRP 제도 도입 5년을 맞아 단순 계획 수립을 넘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제도를 고도화하겠다는 것이 예보의 방침이다.

이를 위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금융지주 및 관계기관과 위기대응훈련을 정례화하고, 해외 정리당국과의 국제 공조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부실정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요인을 사전에 점검·보완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정리 절차가 차질 없이 작동하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 부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예보의 조기 개입 역량 강화가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금체계 개편 속도

예금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 특별계정은 오는 2026년 말 종료 예정이며, 약 1조5000억원 규모 결손이 예상된다.

예보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설치된 특별계정의 목적과 시장 안정 필요성을 고려해 운영기한을 2027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7년 예금보험료 수입 약 1조5000억원을 통해 결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보채상환기금 역시 2027년 말 청산을 앞두고 있다. 현재 잔여재산 규모와 처리 방안 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해 중 청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적정 목표기금 규모와 예금보험료율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 미래 금융환경에 맞는 최적의 기금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김성식 사장의 청사진이다.

차등예금보험료율제도 고도화도 적극 추진한다. 예보는 현재 금융회사 위험 수준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차등 부과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금융회사 규모와 영업 구조 차이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하고 기후 리스크, 내부통제 등 새로운 위험요인까지 평가 체계에 포함할 계획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차등보험료율제도 도입 이후 PF 대출 등 고위험 영업 비중이 감소하고 건전성 관리가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미래형 금융안전망 구축”

예보는 생성형 AI와 디지털자산 확산에 대응한 미래형 금융안전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한 데 이어 올해 초 ‘AI전략TF’를 구성,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8년까지 총 15개의 AI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예보는 AI를 단순 업무 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금융안전망 고도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올해는 대국민 AI 챗봇과 사내 AI 챗봇 등 5개 서비스를 우선 마련하고, 이후 부서업무 AI와 개인별 AI 에이전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대응 역시 강화한다. 예보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용자 보호 체계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SVB 사태 당시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써클’이 SVB에 약 33억 달러를 예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규모 코인런이 발생해 가치가 1달러에서 0.88달러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예보는 이를 전통 금융권과 디지털자산 시장 간 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보고, 관련 대응 체계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모든 디지털자산이 예금보험 보호 대상이 될 수는 없기에, 추후 발행 주체와 법적 권리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상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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