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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룰 수 없는 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입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1-31 00:00

▲ 곽호룡 기자

▲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엔 많은 이해관계자 문제가 얽혀 있지만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길이 막힌 건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된 2013년이다. 취지는 대기업이 문어발식 경영으로부터 영세 소상공인이 다수 종사하는 중고차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2019년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을 다시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중고차 거래량은 연간 250만 대, 매매가격에 따른 시장 규모는 25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신차 판매량 대비 1.3배 많다. 중고차 시장이 더이상 영세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를 3년째 미루고 있다.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현재 수집된 중고차 시장 관련 자료가 오래됐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오는 3월 이후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자 사업 개시 일시정지 권고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 확실히 결론 짓는 일을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현대차와 기존 중고차업계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양측 의견은 첨예하다. 현대차는 핵심 중고차 매물은 포기할 수 없고, 기존 중고차 업계는 결국 대기업 독식 구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측 의견이 대립된다면 소비자에게 어떤 방향으로 가야 이득이 될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해 소비자들 불신은 뿌리 깊다. 판매자는 연식, 주행거리, 사고여부 등 차량 정보를 자세히 아는 반면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그러다보니 막상 중고차를 구매한 후 품질불량을 발견하거나 허위·미끼 매물에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 완성차 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에 환영한다는 여론이 많은 이유다. 중고차 품질 보증과 잔존가치 상승은 완성차의 브랜드 가치와도 직결되기에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기대된다.

전기차·자율주행 등 미래차 전환이 진행될 수록 이에 대응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완성차 업계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자동차부품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부품은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규 딜러망을 통해 순정부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점에 의한 중고차 가격 상승은 우려되나 글로벌 흐름도 살펴봐야 한다. 미국 연간 중고차 거래량은 약 4100만 대로 신차 판매 2.5배 가량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신차 생산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중고차 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그럼에도 독보적인 1위 사업자가 없다. 예를 들어 미국 중고차 1·2위 카맥스와 카바나는 시장 점유율이 각각 1%에 그친다. 특정 기업 보다는 지역별로 구축된 자동차 딜러들이 신차·중고차를 판매하고 전생애주기에 걸쳐 관리해주는 체계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서비스·딜러망을 완성차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국가경쟁력도 고려해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GM은 조만간 미국에서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카브라보’을 출범시키고 관련 사업에 도전한다.

당장 중고차 시장에서 수익성을 거두겠다는 의도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차량 데이터를 가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빅데이터 활용에 따라 시장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량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활발해질 것이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진입하는 시장에 국내 완성차 기업은 ‘안방’에서 사업을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한 중고차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대기업 진출을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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