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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애플의 한국 홀대는 언제까지?

정은경 기자

ek7869@

기사입력 : 2020-12-14 00:00

▲사진: 정은경 기자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한국인이 국내 서비스 센터에서 영어를 사용해야만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최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빅서게이트, 사람 바보 취급하는 애플코리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2014년형 맥북 프로 레티나가 빅서 운영체제 업데이트 이후 작동하지 않자,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을 찾았다. 엔지니어와의 상담이 만족스럽지 못한 A씨는 매니저(책임자)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는데, 갑자기 “고객님, 영어할 줄 아세요?”라는 말을 듣게 됐다. 미국인 매니저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어렵게 한국인 매니저와 만난 A씨는 더욱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매니저는 “업데이트는 고객님의 선택일 뿐 강제는 아니었다”며 “(제가 같은 일을 겪는다면) 구형기기를 이용하는 제 책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사태의 책임을 고객에게 돌렸다.

빅서 운영체제 업데이트 이후 기기 오류가 나는 현상은 A씨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가 공통적으로 겪은 일이다.

애플 본사에서도 빅서 자체의 결함을 인정하고, 이와 관련된 공지를 뒤늦게 내놓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애플코리아측은 무상 수리 기간이 만료됐으니 50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청구된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도를 넘은 갑질’이라며 애플의 무신경한 고객 서비스를 성토하는 댓글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애플은 아직도 공식적인 사과문은커녕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삼성전자가 60~70%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애플은 20%대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이와 같은 점유율은 결코 낮은 게 아니다.

특히 10대~30대인 젊은 층으로 시야를 좁히면 이른바 ‘애플 마니아’들의 충성심은 유별나다 할 정도로 남다르다. 이들은 삼성과 LG폰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애플 신제품이 출시되기만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10월말 한국에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가 좋은 예다. 아이폰12 시리즈는 출시 한 달 만에 6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히트를 쳤다. 이는 50만대를 판매한 갤럭시S20 시리즈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해 애플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4.5%였는데, 아이폰12의 흥행으로 올해는 더 늘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점유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에도, 애플은 여전히 한국 소비자를 ‘호구’나 ‘봉’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사후지원(A/S) 서비스에서도 이런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애플스토어는 2018년 1월에 개장한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단 한 개뿐이다.

일본 10개, 홍콩 6개, 싱가포르 3개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개수다. 연내 애플스토어 2호점을 여의도에 연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른 국가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물론 애플 인증 공식 수리 서비스 센터도 운영 중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LG전자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애플 공인 서비스 업체 유베이스는 무상 수리 대상자에게 수리비를 받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애플이 연말을 맞아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신제품을 구매하면 반품 기간을 연장해주는 ‘연말 반품 정책’을 전 세계에서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플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수령 후 14일 내 반품만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한국은 이 정책에서 제외된 것이다.

애플의 ‘갑질’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경쟁사들이 고객 서비스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라 할 수 있다.

기업과 소비자간의 신뢰를 쌓는 데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지만 신뢰관계가 허물어지는 데는 한순간이면 족하다. 냉혹한 비즈니스계의 이러한 불문율을 애플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애플의 한국소비자 홀대는 사실 올해 처음 제기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음 속에 드는 궁금증은 여전히 해소가 되지 않는다.

애플이 어떤 짓을 하든 결국 애플 아이폰을 사 주기만 해온 ‘착한’ 한국소비자들이 문제일까?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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